한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물가 대응이 거시경제 안정에 도움"
한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물가 대응이 거시경제 안정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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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이슈노트···高인플레이션 대응 통화정책 운용
높은 기대 인플레→실질구매력 저하→경기 하방압력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가운데 국내 물가 오름세도 가파르게 상승하며 물가불안 심리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향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어 중앙은행의 적극적이고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17일 발표한 'BOK이슈노트'에 실린 '고(高)인플레이션에 대응한 통화정책 운용'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정책모의실험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대응 효과, 물가 오름세가 심화된 상황에서의 통화정책 대응 정도별 거시경제 파급효과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최근 물가상승압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국에서도 크게 증대됐다. 지난달 기준 미국, 유로지역,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8.5%, 7.5%, 7.0%를 기록했다. 유로지역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미국과 영국은 각각 41년,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을 살펴 볼 때 향후 물가 전망은 상방리스크가 더욱 크고, 고물가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도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이 2%를 초과할 것이란 응답 비중은 지난해 1월 42% 수준에 머물렀으나, 지난달 75%를 넘어섰다. 4%를 초과할 것이란 응답 비중도 같은 기간 13%에서 27%로 2배 넘게 확대됐다. 

이처럼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 물가지속성이 높아질수록 수요와 공급충격 발생 시 높은 물가상승압력이 상당기간(6분기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오랜 기간 이어질 경우, 경제주체들의 실질구매력 저하 등으로 중기적 시계에서 경기 하방압력은 더욱 빨랐다. 대내외 높은 물가 오름세가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를 가중시키고, 이런 물가 불안은 향후 국내 경기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형석 통화정책국 통화신용연구팀장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고 물가 지속성이 낮다면 비교적 빠른 속도로 균형 목표에 도달할 수 있고, 경기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크지 않았다"라며 "이는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정이 중기적 시계에서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한 핵심 요인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요·공급의 동시다발적인 충격에 따른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물가 오름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수록, 물가는 균형 수준에 빠르게 수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거시경제 안정화를 도모하는 데 더욱 우월한 것으로 평가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경기의 둔화 압력은 상대적으로 확대됐으나, 중기적 시계에선 물가가 조기에 안정되면서 경기 둔화 압력도 빠르게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팀장은 "중장기 시계에 있어 거시경제 안정화 도모를 위한 최적 전략을 선별하기 위해 물가상승에 대한 통화정책 시나리오별로 '손실함수' 분석을 실시한 결과,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에 적극 대응할수록 손실값이 작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면서 "물가가 조기에 안정됨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실질 구매력 약화가 완화되고, 정책금리 인상 필요폭 축소로 경기둔화 압력이 여타 시나리오에 비해 빠르게 축소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과거 대표적으로 물가상승압력이 상당했던 지난 1970년대 제1·2차 석유파동 당시 세계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사례들은 이런 연구 결과를 뒷받침했다. 당시 미국과 영국은 물가상승이 비용 측에서 기인한다는 인식 하에 통화·재정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한 데 반해, 독일의 경우 물가상승이 통화적 현상이라는 인식 하에 통화정책은 긴축, 재정정책은 확장적으로 운영했다.

그 결과, 미국과 영국은 석유파동기가 끝난 1980년대 초반까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등 거시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된 반면, 독일에선 전반적으로 물가와 고용이 안정되는 등 비교적 양호한 경제 여건을 보였다. 즉, 중앙은행은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안정을 도모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거시경제 안정에 긴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한은은 전했다.

오형석 통화정책국 통화신용연구팀장은 "물가상승압력이 전방위로 빠르게 확산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의 오름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선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적극 도모해야 한다"면서 "경제주체들의 물가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기적 시계에서 거시경제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한은의 내부 보고서는 여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빠르게 정상화 국면에 진입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결정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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