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총재 부재 금통위 D-1···금리동결 전망 우세 속에 힘얻는 인상론
첫 총재 부재 금통위 D-1···금리동결 전망 우세 속에 힘얻는 인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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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회의 금리 결정
잇따른 대내외 리스크 속 인상·동결 전망 '팽팽'
高물가 파도에 금융 '쇼크'···'매파적 발언' 잇달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사상 첫 총재가 부재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당초 시장에선 14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회의 시간이 임박할수록 '인상' 전망에도 힘이 실리면서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시간 문제일 뿐 금리인상 속도는 더욱 빨리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다만 최근 점증하는 대내외 불확실성 탓에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만큼 적절한 타이밍에 금리를 움직여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금통위 금리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중 절반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수년동안 기준금리 인상을 둘러싼 전망이 한 쪽으로 치우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사 결과는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 금통위는 금리 기대 간극을 줄이기 위해 시장과의 소통으로 일련의 방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 경기 둔화 우려···이달보다 내달 인상 가능성

앞서 경제계가 내다 본 이달 금통위의 결정은 '금리 동결'이었다. 우선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는 현재 0.75~1.00%로, 한은과 연준은 0.25%p씩 각각 세 차례, 한 차례 인상한 바 있다.

한국의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이미 0.5%p 앞섰던 상황에서 한은이 두 차례 더 선제적 금리인상을 단행한데다, 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한은이 2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한 점 역시 이달보다 내달 금리인상쪽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아울러 총재 부재와 함께 총재 직무대행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이창용 차기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이 오는 19일로 결정되면서 이번 금통위는 지난 1998년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겸직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총재 없이 진행된다. 그간 금리인상 때마다 '동결' 소수의견을 내놓은 주 위원인 만큼, 비둘기파 주재 회의에서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상하이 봉쇄 등 중국 당국이 강력한 방역 조치를 단행한 가운데 앞서 공개된 중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까지 악화됐다. 이번 봉쇄가 내달 초 노동절 황금연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소비와 경기 둔화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장기화하면서 곡물,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데다, 가까운 시일 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전면전까지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변동성 확대에 최근 국고채 단순매입까지 진행된 것을 고려할 때 4월보단 5월에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단 5월 금리인상을 예고해야 하는 만큼, 금통위 결과는 채권 시장에 강세 재료로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후보자의 청문회 이후 행보와 국내외 물가 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 변동성 확대 흐름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br>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 美 긴축 기조에 4%대 물가까지···이달 금리인상론 급부상

하지만 '인상' 의견에 대한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일주일 새 시장의 분위기는 빠르게 동결에서 인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7% 물가상승률을 목도한 미국에선 올해 연간으로도 물가 전망이 7%에 육박할 정도로 상향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국내 물가도 4%를 넘겼다. 한은은 물가 오름세가 기존 전망(연간 3.1%)을 크게 웃돌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 기조는 국내 금리상승 압력에 더욱 부채질을 하고 있다. 연준은 오는 5월 0.5%p 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5월에 이어 6월에도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에 대한 외신 설문조사 결과도 87%를 웃돌았다.

또한 연준 위원들은 '매파'(통화긴축 선호) 위원부터 비둘기파 위원까지 성향을 가리지 않고 연일 공격적인 긴축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 역시 '금융불균형 해소'를 언급하는 등 간접적으로 매파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내외 금융시장에서 강한 충격파가 일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199%p 오른 연 3.186%로 장을 마쳤다. 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30년물 금리(3.146%)를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미 국채 10년물도 경계선으로 꼽힌 2.7%를 지난 주말 넘어섰다. 3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당시 2.2%에서 한 달도 되지 않아 2.7%를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 역시 지난 12일 전장보다 3.1원 오른 달러당 1236.2원으로 마감하는 등 위험심리 반영으로 5거래일째 상승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까지 고물가 흐름이 지속되면서 연간 물가 전망치가 4%에 근접하는 데다, 연말 적정 기준금리 수준 역시 3.5%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당장의 통화정책 대응 필요성이 높아졌다"면서 "새 총재가 주재할 5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대응에 나서기엔 당장의 물가상승압력이 높게 느껴진다.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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