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서방, 약식 기자회견 "북핵 계속 진전하는 데 안보리 침묵"
[서울파이낸스 이슈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5일 오후 (현지시간)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해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내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실패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러시아·중국간 갈등이 고조된 시기를 염두에 두고 이번 일을 벌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26일 CNN 등 외신들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엔 관계자는 "안보리 비공개회의에서 언론성명을 내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날 안보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및 비확산 문제를 다루기 위한 공개회의를 열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알바니아와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대부분의 이사국은 북한 ICBM 발사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북한의 ICBM 발사가 안보리의 결의를 심각하게 위반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확산 노력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됐다"며 "2017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7년 안보리가 채택한 2397호 결의 결의는 북한이 ICBM을 쏘면 연간 400만 배럴, 50만 배럴씩으로 설정된 대북 원유 및 정제유 공급량을 더 줄일 수 있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토마스-그린필드대사는 북한에 대한 원유 및 정제유 공급량을 줄이자는 주장을 한 셈이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안보리는 한목소리로 북한의 위법적인 행위를 비판하고,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복귀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미국의 책임도 있다는 논리를 제기하면서 제재 강화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장준 주유엔 중국대사는 북한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한 모라토리엄 선언을 깨뜨린 것은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사는 "북한은 약속을 지켰지만, 미국은 연합군사 훈련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데다가 한반도 주변에 전략적 핵무기를 배치해 북한의 안보를 위협했다"고 말했다.
장 대사는 오히려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적절한 시기에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유엔 안보리 결의의 중요 측면"이라며 "지금의 상황이 미끄러운 비탈길을 내려가도록 하는 것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주유엔 러시아 부대사도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대화가 진척되지 않은 것은 양측 모두의 책임이라는 논리로 제재 강화에 반대했다.
에브스티그니바 부대사는 "더 이상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사국들은 공개회의 발언을 마친 뒤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고, 공동성명을 내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트리거 조항에 따른 북한 제재 강화 방안은 향후 안보리 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과 일본도 참석했다. 한미일을 비롯한 서방측 유엔대사들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약식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고 안보리가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조현 주유엔 한국 대사는 "한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동북아)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할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면서 "북한은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충족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영속적 평화를 위해 한국, 미국과 의미있는 대화에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방측 대사들은 회견에서 "북한의 ICBM 발사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면서 "북한은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도 대화로 돌아가는 대신 장거리 무기 시험으로 되돌아갔다. 이는 글로벌 비확산 체제와 국제 평화 및 안보를 약화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계속 진전시키는 가운데 안보리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비판한 뒤 다른 국가들에 안보리 제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