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쌓이는 제조업 재고, 경기둔화 아닌 감염병 확산 탓"
한은 "쌓이는 제조업 재고, 경기둔화 아닌 감염병 확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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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들어 제조업 재고↑···6개월 연속 증가
견조한 수요·공급망 차질···"경기 둔화로 보기 어려워"
부산항 신선대부두. (사진=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해 하반기 늘어난 제조업 재고가 감염병 위기 특성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불황형 재고'가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가 재고를 쌓았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펜트업(기대심리 이전) 수요 감소 등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재고 상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이슈노트'에 실린 '최근 공급차질 및 감염병 상황이 제조업 재고에 미친 영향' 논고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들어 국내 제조업 재고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생산자제품 재고지수(계절조정계열, 2015년= 100)는 6월(108.8) 연 저점을 찍은 뒤 12월(124.9)까지 6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재고가 쌓인다는 것은 수요가 공급을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팔아야 할 상품을 팔지 못한 것을 뜻하며, 수출이 부진하고 경기 둔화 흐름을 확인하는 지표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한은은 경기회복에 따른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감염병 위기의 특성에서 재고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용대 조사총괄팀 차장은 "주로 경기둔화기에 수요가 감소하면서 재고가 늘어났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견조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공급차질 및 감염병 확산의 영향으로 경기회복기에 재고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재고 증가 배경에 대해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차질에 따른 여타 중간재 출하 감소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관련 제품 출하 감소 △감염병 확산기 이동량 감소에 따른 연료판매 둔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먼저 동남아시아 지역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차질이 국내외 완성차·IT기기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침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여타 중간재의 재고가 증가했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의 경우 지난해 2분기 90만6000대에서 3분기 76만2000대로 한 분기 만에 16%가 줄었다.

철강, 화학제품의 경우 지난해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으로 출하가 감소하면서 재고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유, 휘발유 등의 석유제품 판매도 둔화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감염병 확산세(1~3차)가 심화한 영향으로 이동량이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다.

이 차장은 "일반적으로 위기 초기에는 수요(출하)가 위축되고 생산 조정이 늦어짐에 따라 재고가 늘어나며, 회복기에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재고가 감소한다"면서 "이번 재고 증가는 감염병 확산의 영향으로 재고·출하 순환에도 교란이 발생하면서 통상적인 회복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향후 글로벌 공급차질이 완화되고, 감염병 상황이 개선된다면 제조업 재고 흐름은 안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차장은 "종합적으로 보면 최근 재고 증가가 향후 제조업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기에 어렵다"며 "경기회복 과정에서 주요국 중심으로 재고를 정상 수준으로 재축적하려는 수요가 나타난다면 우리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펜트업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둔화되고,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한은은 이에 대해 "최근 재고 상황만으로 전망을 평가하기는 어려우나, 가계의 소비여력 등을 고려할 때 수요는 기조적 회복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감염병 확산과 공급차질도 줄어든다면 재고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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