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 담합 과징금 962억원' 해운업계 반발···행정소송 이어 국회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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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법 따른 적법행위···공정위, 선사 '불법집단' 매도"
조성욱 "부당행위 명백히 드러나···법집행 역할 했을 뿐"
'혼란 초래' 해운법 개정안 '속도'···해수부와 잠정적 대안 마련
(사진=HMM)
(사진=HMM)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HMM, 에버그린 등 23개 국내외 선사들을 대상으로 한국~동남아 항로 운임 관련 '불법 담합'을 저질렀다고 판단, 962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관련해 해운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운법에 따라 허용된 공동행위를 했음에도 공정위가 이를 위법으로 판단했고 해운사들을 불법집단으로 매도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동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예고한 데 이어 해운법 개정안 또한 조속한 통과를 위해 국회 탄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선사들을 대표하는 한국해운협회는 공정위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공정위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고 해운공동행위의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며 "법의 취지를 명확히 해야하며 취지가 훼손돼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공정위의 심의결과 발표 직후 '해운공동행위에 대한 잘못된 심결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해양수산부의 지도감독과 해운법에 근거해 지난 40여 년간 모든 절차를 준수하며 공동행위를 펼쳐왔지만 이를 '부당행위'라고 낙인찍은 공정위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해운법은 공동행위 가입·탈퇴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 한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고 국제협약 상 운임공동행위 시 감사 및 상벌을 통한 운임준수 행위는 보장된 행위임에도 불구, 공정위는 이를 무시했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이어 "공정위는 명백한 해운법과 공정거래법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정위 심결의 10대 오류를 지적했고 "이 같은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해운법 개정안이 조속히 의결되도록 청원에 나설 것"이라고 힘 주어 말했다.

해운·항만·물류 관련 54개 단체가 가입하고 있는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도 "관할 부처인 해양수산부도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고 UNCTAD상 라이너코드, 해외국에서도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업계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않았다"며 항의에 나섰다.

특히 "일본의 3대 컨테이너선사인 NYK, K-LINE, MOL과 독일의 하팍로이드, 프랑스의 CMA-CGM을 포함한 유럽 지역 20개 선사를 조사에서 누락하는 등 심사보고서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지적에도 공정위가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들은 동남아 항로 공동행위에 대한 조사 및 심결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고려해 조사가 진행 중인 한일/한중항로의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심사 종결할 것을 요청했다. 

연합회는 "동남아항로와 같이 과징금을 부과한다면 국적선사의 경쟁력은 더욱 약해지고 그 피해는 우리나라 수출입 화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뜻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리 해양항만업계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해운담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해운담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18일 브리핑을 통해 "23개 국내외 선사들이 15년간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담합하고 의도적으로 이 사실을 은폐하려했던 정황이 드러났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조 위원장은 업계가 '해운법에 따른 적법한 공동행위'라는 주장에 대해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적 폐해가 큰 만큼 세계 각국은 정기선사들의 공동행위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일정한 요건 하에 제한적으로 인정하며 EU와 홍콩 등은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며 "23개 선사들은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해운법 29조에 따르면 해운사는 운임·선박 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으려면 △공정위의 인가를 받고 △사전 화주단체와의 서면합의 △공동행위 내용을 해수부 측에 신고 △공동행위 입·탈퇴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당한 공동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적용받게 된다.

특히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이들 선사들은 합의된 운임을 거부하는 화주에 대해서는 선적을 거부하기도 했고 담합으로 의심을 사지 않도록 운임인상 금액은 1000원, 운임인상 시기를 2~3일 정도 차이를 두는 행태도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건은 선사들이 한-동남아 항로 컨테이너 해상화물운송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한 사건"이라며 "해운업의 특수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법집행을 해야 하는 경쟁당국으로서 역할은 변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한편, 공정위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요청에 따라 현재 농해수위에 계류된 해운법 개정안의 대안에 대해 해수부와 실무 협의를 진행, 잠정적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들 입장에서도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제재를 받게 되는 불법적인 공동행위를 구체화하는 것이 큰 틀에서 합의된 내용이다.

앞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해운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번 사례를 토대로 해운법상 절차와 내용(요건)을 거친 공동행위의 경우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들어가는 식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그렇게 개정되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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