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원·달러 환율 8.2%↑···신흥국 대 미 환율보다 3배 높아
작년 원·달러 환율 8.2%↑···신흥국 대 미 환율보다 3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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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인덱스 상승률 6.3%도 상회···원화 약세 두드러져
"대외리스크, 환율상승 기대 반응···모니터링 강화해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경계선인 달러당 1200원대까지 올라서는 등 원화의 평가절하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원·달러의 환율 상승률은 신흥국 대(對) 미국 환율 상승률의 3배에 달했다. 이는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높은 중국경제 의존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리밸런싱 등의 복합적인 이유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이슈노트: 최근 원화 약세 원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원·달러 환율의 상승률은 8.2%를 기록했다. 이는 달러인덱스(6.3%) 상승률을 상회하는 결과이며, 신흥국 대미 환율(2.7%) 상승률에 무려 3배에 달한다. 신흥국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 분류에 속한 국가들을 의미한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원화 가치 하락이자, 달러 가치 상승이다.

과거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및 중국 경기 부진 등이 달러 강세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던 지난 2012년 12월~2013년 7월 시기와 비교해도 달러인덱스(2.6%→6.3%) 및 신흥국 통화(0.1%→2.7%) 절하 확대폭보다 원화의 절하 확대폭(3.6%→8.2%)이 더욱 크게 나타난 것이다.

우선 글로벌 외환시장은 지난해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미 달러화의 강세가 시현되고 있다. 양적완화(QE) 시대가 저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으며, 이런 기대로 대표적 안전자산이자 평가절상이 예상되는 미국 달러화로 돈이 몰리고 있다.

여기에 한은은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원인으로 △국제원자재 상승 △높은 중국경제 의존도 △글로벌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투자 리밸런싱 △현·선물환 연계를 통한 환율기대 강화 등이 주요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먼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은 글로벌 공급병목과 함께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을 통해 연준의 조기 통화긴축을 부추겼다. 이는 미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를, 교역조건 및 경상수지 악화를 통해 기타 통화대비 원화 약세를 유발했다. 특히 해외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특성상 국제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외국과 비교해 우리 경제에 더욱 치명적이며, 이를 반영해 원화가 약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대중 의존도가 높은 점도 원화 절하율을 더욱 크게 부추겼다. 우리나라의 높은 대중 교역 의존도(24.6%, MSCI 신흥국 13.3%)로 인해 원화 환율이 여타 신흥국 환율에 비해 중국 경기 둔화 우려의 영향이 클 수 있다는 관측이 강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달러 대비 원화 절하율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 5개국 신흥국 통화(17.2%)보다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글로벌 주요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관측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주가는 지난 2020년 하반기에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이후, 글로벌 주식펀드 내 우리나라 비중이 떨어지는 등의 포트폴리오 조정 형태에 따라 지난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가 증가했다. 선진국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식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비중이 줄어들면서 투자자금이 유출됐다. 이런 요인이 원화 절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반도체 경기 호황이 예상보다 짧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됐지만, 최근에는 일시적인 영향에 불과한 것이란 분석이 대두된다. 이외에도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 및 포트폴리오 투자자금 유출도 지난해 들어 주식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됐다.

아울러 환율 상승 기대에 따른 선물환 헤지 및 투기수요 증가는 자기실현적 환율상승 메커니즘을 통해 원화 절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테이퍼링 조기 실시 등으로 환율 상승 기대가 형성되면서 지난해 중반부터 선물환 매입 및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선물환 매입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외국환 은행의 선물환 매도 포지션이 확대됐다.

김경근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차장은 "지난해 외화자금 수급 상황과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여타 통화에 비해 절하된 것은 우리 경제의 대외 리스크 요인과 환율상승 기대에 대한 시장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서 기안한다"면서 "대내외 경제 요건에 따른 국내 기업 실적 변화 등 관련 리스크 동향을 상시 점검하고, 글로벌 자금흐름 및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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