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쩐의 전쟁'···삼성·TSMC·인텔, 투자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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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올해 역대 최대 규모 52조원 설비 투자로 '1등 굳히기' 
삼성, 3나노 초미세 공정으로 추격···인텔, 메가팹 오하이오 낙점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반도체 공룡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경쟁에 나서면서 '쩐의 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역대 최대 규모 투자로 '응수'한 것이다. 여기에 파운드리 재진출을 통해 TSMC와 삼성전자의 '경쟁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미국 인텔도 투자 경쟁에 뛰어들며 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17일 반도체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TSMC는 올해 400억∼440억달러(약 47조5000억∼52조3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TSMC의 투자 규모인 300억달러를 100억달러 이상을 웃도는 역대 최대치다. 

삼성전자의 추격을 따돌리고 파운드리 분야에서 독주 체제를 굳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D램(점유율 43.9%)과 낸드플래시(34.5%)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를 달리지만 시스템 반도체 중심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위 TSMC(53.1%)에 크게 뒤처진 수준(17.1%)으로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TSMC는 올해 투자액 가운데 70~80%를 2·3·5·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다. 5나노, 7나노 등의 수치는 반도체 칩의 회로 선폭 규격을 가리키는 것이다 회로의 선폭을 가늘게 만들수록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현재 전세계에서 5나노 공정을 할 수 있는 곳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두 회사는 5나노 이하 공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3나노대에서 기술 우위를 놓고 경쟁 중이다. 3나노 반도체는 주로 인공지능(AI), 5G,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사물인터넷(IoT) 등의 분야에 활용될 예정으로 AMD, 퀄컴, 애플,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주요 잠재 고객으로 꼽힌다. 

TSMC는 최근 설명회에서 올해 하반기에 3나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최대 6개월 앞당겨 올해 상반기 3나노 양산을 돌입하며 차세대 기술인 차세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TSMC는 2나노 공정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2나노 공정 반도체를 양산하기 위해 신규 공장 용지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TSMC가 첨단 공정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삼성전자를 의식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2025년에 2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향후 파운드리 시장은 첨단 공정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대규모 투자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2030년까지 세계 정상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해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3분기 반도체에 29조9000억원을 투자한 삼성전자가 올해 40조원 이상을 더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올해에만 경기 평택캠퍼스의 세 번째 반도체 생산라인 'P3' 공장 완공과 네 번째 생산라인 'P4' 착공, 미국 파운드리 2공장 착공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하반기 완공 예정인 P3라인은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 규모만 축구장 면적 25개 크기로, 총 투자 규모만 5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대당 2000억원이 넘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사용한 최첨단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들어설 20조원 규모 파운드리 2공장은 상반기에 착공한다.

이 가운데 파운드리 시장에 다시 진입하겠다고 밝힌 CPU(중앙처리장치) 분야 선두 기업 인텔의 투자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4년 전 파운드리 사업에서 철수했던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인텔은 미국과 유럽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데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인텔은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파운드리 2개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특히 주요 외신 등을 통해 인텔이 이르면 오는 21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주도인 콜럼버스 인근에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된다. 초기 투자금액은 200억달러(약 2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곳이 메가팹(Mega fab·반도체 라인과 연구시설, 교육센터 등이 함께 들어서는 대규모 복합단지) 용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텔은 미국과 유럽에 각각 한 곳씩의 메가팹을 건설하기로 하고 그동안 후보지를 물색해왔다. 메가팹이 완성될 경우 최종 투자금액은 1000억달러(약 120조원)를 넘을 정도로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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