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해운사 담합 결론···'과징금 8천억원' 폭탄 떨어지나
공정위, 해운사 담합 결론···'과징금 8천억원' 폭탄 떨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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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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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3년만에 국내외 해운사들의 운임 담합 의혹과 관련해 최종 결정을 낸다. 

그간 공정위는 해운사들이 부당 행위를 했다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80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 반면, 업계는 정당한 공동행위였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는 '폭탄' 수준의 과징금 부과 시 '제2의 한진해운 파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공정위의 제재 여부 및 처분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는 12일 오전 10시 세종시 심판정에서 전원회의를 개최해 HMM을 포함한 23개 국내외 해운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심의하고 있다. 

전원회의는 공정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최고 의결 기구로, 법 위반 기업의 제재 수위를 심의해 확정하는 만큼 사법부의 1심 재판 역할을 한다. 심의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8년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로부터 HMM·고려해운·SM상선·장금상선·팬오션 등 국내 선사들이 동남아시아 항로 운임 가격을 일제히 올려 청구하는 등 담합을 저지른 것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심사관이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한 결과, 총 23개 국내외 해운사가 2003∼2018년까지 15년간 카르텔 회의를 563회 개최하는 등 지속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동안 총 122건의 운임협의 신고를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해운법 29조에 따르면 해운사는 운임·선박 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으려면 △공정위의 인가를 받고 △사전 화주단체와의 서면합의 △공동행위 내용을 해수부 측에 신고 △공동행위 입·탈퇴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당한 공동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적용받게 된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를 두고 중대한 법 위반으로 판단, 15년 간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발생한 매출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매겼다. 이후 지난해 5월 최대 8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각 사에 발송했다.

일부 해운사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 의견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는 이 같은 공정위 심사관 판단에 대해 "요건을 충족한 정당한 공동행위였고 무리한 과징금 때문에 중소해운사는 고사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어 국회를 찾아 공정위의 제재를 막아달라고 호소했고 이 사건은 국회로까지 번지게 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해운법 개정안을 추진하며 공정위 압박에 나섰다.

또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전날 서울 여의도 한국해운협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청 해양업계 정책간담회'를 개최해 "항로 운임 담합 건 과징금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들에게 건의키도 했다.

하지만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공식석상에서 이와 관련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지난 15년간 해운사 23곳의 영업이익은 2조6000억원이나 되기 때문에 과징금으로 업계가 고사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반대 측 입장은 충분히 듣겠다고도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공정위 출입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관계 부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공식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운사들의 법 위반 여부와 과징금 규모는 전원회의 심의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나 아직까지 논의는 진행 중이며 오랜 시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후 이번 사건처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을 처리할 때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 절차를 마련하는 내용으로 '공정위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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