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잃은 뭉칫돈, 예금으로 유턴···11월 통화량 한달새 39.4조↑
갈곳 잃은 뭉칫돈, 예금으로 유턴···11월 통화량 한달새 39.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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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 오름세 여전···대출 줄이고, 회수자금 예적금에
"예적금 회귀, 간과한 부분···언제 둔화될지 가늠 어려워"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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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11월에도 40조원에 가까운 돈이 시중에 풀렸다. 오름세는 2개월째 더욱 커졌다. 당초 금리가 오르고 금융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유동성이 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자산투자로 빠졌던 자금이 정기예적금으로 회귀하면서 유동성은 되레 늘어난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로선 '유동성 파티'가 언제 멈춰설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1년 10월중 통화 및 유동성 뱡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월중 시중통화량(광의통화·M2)은 계정조정계열·평균잔액 기준 358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0월(3549조7000억원)보다 39조4000억원(1.1%)이 늘었다. 전년동기대비(원계열·평잔 기준)로도 통화량은 12.9%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2008년 12월(13.1%) 이후 가장 높은 오름폭이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예금(이상 M1)과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곧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 등으로 구성된다. 이는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유동성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시중에 돈이 얼만큼 풀려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보편적 지표로 활용된다.

앞서 통화량은 지난 2018년 9월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제로금리' 시대를 맞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역대 최저금리 시대가 펼쳐지면서 가계는 대출을 통해 주식·부동산 등 자산투자로, 기업은 코로나 정책지원·금융지원 등으로 통화량은 매달 수십조원씩 꾸준히 늘었다.

그러다가 최근 금리가 오르고 금융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대출이 억제된다는 관점에선 유동성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한은은 이미 풀렸던 돈이 다시 정기예적금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부분을 간과했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꺾이고 있는 M1(협의통화) 증가율로 보면 대출 확대에 따른 유동성 증가는 억제되고 있는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금융자산에 투자했던 일부 자산이 다시 정기예적금으로 몰리면서 유동성은 더욱 늘고 있고, 향후 이런 오름세가 언제쯤 잡힐 것인지 예상하기 어렵다. 통화량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수십조원에 달하는 오름폭은 당분간 둔화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11월 통화량을 경제주체별로 살펴보면 기타금융기관이 19조4000억원 늘었고,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17조2000억원, 기업이 14조5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타금융기관에선 금융채, 금전신탁, 정기예적금 등을 중심으로 늘었다"며 "가계의 경우 주택관련 대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 주식 등 대체자산을 매도하면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역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증가세가 여전한 가운데 유상증자 등 직접자금조달 규모도 더욱 확대된 데서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상품별로는 △정기예적금 13조9000억원 △금융채 6조1000억원 △수익증권 5조3000억원 등을 중심으로 늘었다. 정기예적금의 경우 수신금리 상승, 예대율 관리를 위한 자금유치 등으로 증가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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