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물가까지 '들썩'···高물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나
밥상 물가까지 '들썩'···高물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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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설탕·시멘트·햄버거·명품·외식 등 '가격인상 릴레이'
원자재가격 상승·글로벌 高물가···국내 물가 상방 압력↑
전문가 "하반기 둔화되겠지만 작년 수준 예상해선 안돼"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새해 연초부터 주요 생필품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며 물가 상황이 심상치 않다. 여기에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이 심화되고,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국내 물가도 적잖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해 1분기 내 물가가 정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격 인상 행렬이 업계를 불문하고 모든 산업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설탕 가격(지난달 31일 기준)은 1년 전보다 28.3% 올랐고, 시멘트 가격 역시 내달부터 18% 인상된다. 버거킹은 33종 제품의 평균 가격을 2.9% 인상하기로 했고, 지평주조는 '지평 생 막걸리' 편의점 판매가를 20% 올리기로 했다.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는 3~7%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신라·롯데·조선호텔 등 특급호텔의 주말 저녁 뷔페 요금의 경우 최대 15만원까지 오른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5% 상승했다. 이는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가장 수준이다. 지난달 기준 소비자물가는 3.7%로 3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중 가계 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활물가의 경우 4.6% 뛰었다. 밥상물가·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한 것이다.

대부분의 업권에서 가격 인상에 대해 설명하기를 재료값은 물론,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가격 인상은 불가피했다고 말한다. 실제 국제원자재가격지수는 지난달 에너지, 농산물, 비철금속 등 모든 부문에서 상승했다. 유가(전월比 13.6%)는 최근 오미크론 변이 우려가 진정되며 큰 폭 반등했고, 곡물(9.2%)은 기상여건 악화, 금융자금 유입 등으로 올랐다. 금속 (2.9%) 역시 수급 여건 탓에 상승했다.

문제는 이같은 물가 급등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빚어진 글로벌 공급망 차질 문제가 차츰 해소되겠지만, 수요견인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이 시장 전면에 재등장할 수 있고, 러시아 중심의 석우수출기구(OPEC+)도 증산 의지를 내비치지 않아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곡물은 수급 상황에서, 비철금속은 수요 회복에 따라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발(發) 상승 요인도 적잖다. 지난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6.8% 올랐다. 이는 지난 1982년 6월(7.1%)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같은 달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생산자물가(12.9%)는 지난 10월(13.5%) 1996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점을 찍은 뒤 소폭 내려왔다. 하지만 시차를 두고 올라서는 소비자물가(2.3%)는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고, 지난 9월(0.7%) 이후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미국·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34개 주요국의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으로 가중평균해 추산한 결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지난해 10월 기준)은 4.3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4.43%)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에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율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동조화 현상이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모두 물가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새해 첫 백악관 일정으로 육류 가격 인하를 위한 화상 회의를 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도 지난 3일 시무식을 통해 "민생과 직결되는 생활물가 및 부동산 시장을 모든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빠른 시일 내 안정화시키는 것이 당면한 긴급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주요 전망기관들이 예상치를 웃도는 물가 상승 흐름에 재차 물가상승률을 조정하는 일도 반 년째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 흐름이 '상고하저'를 보이며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물가 오름세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 물가상승률이 낮은 흐름을 지속했던 것을 고려하면 2%대를 웃돈다는 것이 매우 강한 경제 충격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라 물가 오름세도 갈수록 둔화되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국내에선 전기료 인상 등 공공요금 인상 이슈가 남아있고, 전반적인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 원자재 가격 오름세 여파가 수입가격 등을 통해 우리나라 물가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지난해 생각했던 인플레이션 수준보다 올해 더욱 강력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라가는 추세도 예상보다 빠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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