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수소 경제의 최대 난관 중 하나로 공급 가격이 지적되는 가운데, 차세대 수전해 기술인 음이온 교환막(AEM) 기술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SK, 포스코, 효성 등 3개 그룹을 주축으로 롯데, 한화, GS, 두산, 현대중공업, 코오롱 등 국내 주요기업들은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활용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에 참여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수소 밸류체인은 2050년 전세계 에너지 수요의 18%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앞다퉈 시장 선점에 나서는 것도 시장 성장성이 연 3000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에서다.

하지만 수소 사업은 시작과 동시에 난관에 부딪쳤다. 청정수소 생산가격이 해외와 비교해 상당히 비싸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내 수소 생산은 대부분 석유화학 공정이나, 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나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만드는 '그레이수소'다. 우리나라는 청정수소에 대해서만 구매의무제도를 도입해 그레이수소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그레이수소가 청정수소가 되려면 탄소포집 과정을 거쳐 블루수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이 추가된다.

S&P글로벌 플래츠가 집계한 탄소중립 수소 가격은 지난달 9일 기준 미국의 경우 1㎏당 1.70달러에 불과했으나, 호주는 3.45달러, 중동은 4.05달러였다. 한국이 포함된 극동아시아의 경우 미국의 4배가 넘는 7.95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미래에도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한국전력기술이 발표한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 수소 균등화 비용 전망 소개' 보고서를 보면 2050년 그린수소 생산 비용은 한국이 1㎏당 1.49달러로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주요 26개국의 그린수소 생산비용은 1달러 이하였고, 가장 낮은 브라질은 0.55달러 수준에 그쳤다.

수소의 수입가격이 생산가격보다 낮다면 글로벌 수소경제 선점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청정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방식인 수전해, 그 중에서도 차세대 기술인 AEM이 주목받고 있다.

AEM은 현재 산업용 수소 생산에 활용되고 있는 알칼라인의 알칼리성 작동환경과 고분자 전해질막(PEM) 구조의 장점만 혼합한 수전해 기술이다. 

PEM에 투입됐던 백금·이리듐 등 귀금속 촉매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태양광·풍력 등 불규칙한 재생에너지 출력 특성에도 빠르게 반응해 알칼라인의 약점인 수소 순도 문제를 해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해 하반기 '수소연료전지 분야 R&D 사업 공고'에서 AEM 기술 확보에 총 사업비 165억원을 투입하는 등 중점 지원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상용화를 목표로 랩 단계에서 AEM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 한국가스기술공사와 함께 약 300억원을 들여 강원도 평창에 그린 수소 실증 생산단지를 조성중이다. 국내 대학과 연구소에서도 AEM 수전해에 관한 다양한 요소 기술을 연구 중이다.

해외에서는 이탈리아 Acta SpA가 0.09㎏/h 규모의 AEM 수전해 설비를 개발했으며, Enapter는 2022년 MW(메가와트)급 AEM 설비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선화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현재 유럽과 일본 기업들을 중심으로 AEM 수전해 기술의 상용화가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 성공한 기업은 없다"며 "국내기업이 선도적으로 기술 확보나 사업화 시 세계 수전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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