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빅테크'에 위기감 드러낸 금융그룹 신년사
'인뱅·빅테크'에 위기감 드러낸 금융그룹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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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디지털 경쟁력 강화···전담조직 신설
시총서 밀리는 현실 지적···플랫폼기업 전환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5대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아 인터넷은행·빅테크 등과의 플랫폼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현실에 쓴소리를 했다. 이들 기업에 비해 자산규모와 순이익이 월등히 높음에도 시가총액에서 현저히 뒤지고 있는 데 대한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시가총액이 더 낮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바라보는 이들 금융그룹의 기업가치가 높지 않다는 뜻이다.

금융그룹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이러한 위기상황을 극복할 생존키워드로 '고객'과 '플랫폼'을 꺼내들었다. 생존을 위해서는 금융서비스에 국한된 기존의 플랫폼이 아닌 '고객'의 취향과 생활패턴이 반영된 혁신 '플랫폼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3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그룹 회장들은 임인년을 맞아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목표와 전략을 밝혔다. 5대 금융그룹 회장들은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혁신'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같은 경영목표는 플랫폼 경쟁력에서 인터넷은행, 빅테크 등에 뒤쳐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자성에서 시작됐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계열 금융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고객이 금융사의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움직이고 있는 만큼 신한만의 고객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지난해 기업공개에 성공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한 때 45조원, 카카오페이는 33조원에 육박했다"며 "종합금융그룹인 우리가 훨씬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이익을 내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두 회사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할 방안으로는 '플랫폼 경쟁력' 확보를 꼽았다. 회장들이 제시한 플랫폼 혁신의 방향은 마이데이터 등을 통한 초개인화 서비스와 계열사·제휴사 간 금융·비금융을 넘나드는 종합생활금융서비스 등 투트랙(Two-track)으로 진행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KB스타뱅킹이 그룹의 슈퍼 앱으로 자리잡도록 계열사 간 상품·서비스 연계를 강화하고, 고객 불편을 끊임없이 개선하면서 진정한 고객 중심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본격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힘을 모아 정밀한 데이터분석에 기반한 맞춤형 초개인화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기존 플랫폼 서비스는 혁신하되 MZ세대 특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전(全)세대에 걸친 고객들이 일상에서 우리 플랫폼을 가장 먼저 떠올리도록 만들 것"이라며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등 테크 기업들과 겨뤄야 할 서비스들이 본격화되는 만큼 우리만의 디지털 초혁신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은 "금융의 본질은 고객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차별화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고객 일상에 금융서비스를 녹여낼 수 있도록 항상 고객의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각 금융그룹들은 회장들이 밝힌 주요 경영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근 플랫폼·디지털 부서를 확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KB금융은 금융 애플리케이션(앱) 플랫폼 결합, 마이데이터 본격화, 빅테크 경쟁 격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산하 디지털콘텐츠센터를 신설했다. 신한금융은 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산하에 디지털전략팀과 디지털추진팀을 분리 신설해 DT(디지털전환) 실행력을 높이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디지털 퍼스트' 실현을 위해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디지털리테일그룹 내 'DT 혁신본부'를 신설하고, DT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우리금융의 핵심 계열사 우리은행도 디지털·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리테일디지털본부, 개인금융플랫폼부, 마이데이터사업부, 혁신기술사업부 등의 조직을 신설했다. 농협은행은 이달 1일자로 행장 직속 DT전략부를 신설하고, 기존의 디지털금융부문을 디지털플랫폼부문과 데이터부문으로 나눠 전문성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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