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후 시공능력평가액 현대 뛰어넘어
[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중흥건설그룹이 대우건설을 품으면서 호남 지역 건설사에서 전국구 건설사로 거듭난다.
9일 중흥그룹은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5개월간 진행해온 인수 실무 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중흥그룹의 최초 입찰가는 2조1000억원으로, 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나 해외사업 부실 같은 변수가 없었던 만큼 큰 금액 변동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그룹은 이달 중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하고 승인을 거쳐 대우건설을 공식 편입할 방침이다.
중흥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단순 시공능력평가액 합산만으로 따졌을 시 2위 수준의 건설사로 거듭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공시'에 따르면 대우건설(5위)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액 8조7290억원, 중흥토건(17위)은 2조585억원, 중흥건설(40위)은 1조1302억원을 기록했다. 3개사의 평가액을 모두 더하면 11조9177억원으로, 이는 2위에 위치한 현대건설(11조3770억원) 보다 높은 수준이다.
재계 순위 상승도 기대된다. 공정위가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보면 중흥건설의 자산총액은 9조2070억원으로 재계 순위는 47위다. 42위에 위치한 대우건설(자산 9조8470억원)과 합하면 자산총액은 19조540억원까지 늘어 재계 20위로 올라서게 된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차-기아' 모델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도 통합 없이 각 사가 기존의 브랜드를 별도로 운영한다. 중흥그룹은 '중흥S-클래스'와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 등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이미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차기 사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도 대우건설 내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후에도 자체 인사권을 보장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에서 선임한 김형 대우건설 사장(내년 6월 임기만료)이 물러나면 내부에서 차기 사장이 발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 임직원의 임금 상승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흥그룹은 앞서 지난달 대우건설 노조를 만나 건설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 등 처우개선을 제안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5년 동안 임금이 동결됐고, 임금 격차도 동종업계 대비 20%가량 낮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이에 따라 중흥그룹 임직원의 임금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대우건설 임직원의 임금 상승이 이뤄지면 이에 맞춰 중흥그룹 임직원에 대한 처우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중흥그룹 본사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서울로 이전하거나 서울 내 추가 사옥을 마련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정창선 회장은 주로 광주 본사에 머물고, 정원주 부회장이 대우건설 내에 집무실을 마련해 회사를 이끄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