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안의 금융비서' 마이데이터 시동···'반쪽' 꼬리표 뗄까
'내 손 안의 금융비서' 마이데이터 시동···'반쪽' 꼬리표 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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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시범사업···내년 상반기 총 53개사 경쟁
맞춤형 금융서비스 제공·추천···차별성 등이 관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달부터 '마이데이터 사업(본인신용정보 관리업)'이 첫 발을 뗀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개인 정보를 한 곳으로 모을 수 있고, 이를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카드·증권 등을 나누던 금융업권의 칸막이가 허물어지게 된 것이다.

이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한편,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기 위해선 헤쳐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 손 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가 향후 금융시장 내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마이데이터 시범사업 서비스가 1일 오후 4시부터 본격 시행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란 기존 금융회사나 빅테크 기업, 관공서, 병원 등에 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추천·개발할 수 있는 사업을 말한다. 핵심은 정보 생산자인 개인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 소비자는 각각의 금융사를 통해 정보를 확인할 필요 없이, 마이데이터를 통해 본인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은행에서 대출한 상품의 잔액 및 금리, 상환 정보 등부터 시작해 금투사의 주식 매입금액, 보유수량, 평가금액 및 C보험사의 보험료납입내역, D통신사의 통신료 납부·청구내역까지 모두 한 눈에 확인이 가능하다.

금융회사 역시 소비자부터 허락받은 개개인의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정확한 소비자의 '니즈(수요)'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금융사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고, 이는 곧 회사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 사라진 칸막이···금융사·핀테크 경쟁의 장 열려

특히 이번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가장 큰 의의는 금융 업권 내 칸막이가 허물어졌다는 데 있다.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은행·카드·보험·핀테크사들은 금융당국과 유관기관, 금융회사들이 함께 참여해 만든 공통적인 규격을 따라야 한다.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정보의 레이아웃을 만들면서 거대한 정보 공유의 장이 펼쳐진 셈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한 금융업체 관계자는 "기존에는 같은 대출 정보를 공유한다고 해도 이를 각 회사의 규격에 맞게 정리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또한 돌아가는 정보의 프로세스가 획기적으로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 핀테크사에서 50개사의 대출을 추천 받아 비교를 하려면, 기존에는 각 사마다 한 번씩 조회를 해야 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한 번의 조회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유의 장이 펼쳐졌다는 것은 경쟁의 장이 펼쳐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존의 거대한 금융 그룹들은 대다수의 소비자를 확보한 시장 지배력을 통해 막강한 경쟁력 우위를 점유했다. 하지만 앞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성화할 경우 작은 신생 핀테크사에서도 대형 금융사와 같은 정보를 가지고, 상품·서비스에 대한 고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날 시범서비스에 나서는 곳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 등의 은행 6곳과 △금융투자사 3곳(키움·하나금융투자·NH투자증권) △카드사 5곳(국민·신한·하나·BC·현대) △상호금융 1곳(농협중앙회) △핀테크 2곳(뱅크샐러드·핀크) 등 17곳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달 중순까지 주요 빅테크·핀테크 및 그 외 은행·카드사 등 20곳, 내년 상반기까지 16곳 등 총 53곳에 달한다. 예비허가 사업자까지 포함하면 수는 더욱 늘어난다.

과열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전 예약 이벤트 경품으로 자동차 경품까지 걸었다. 규정까지 교묘하게 피해가는 등 일단 가입자를 모으고 보자는 식의 마케팅을 펼쳤고, 결국 금융당국으로부터의 주의 조치를 받은 뒤에야 경품을 철회했다.

◇ 금소법·실효성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아

하지만 초기에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기존 서비스 추천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통해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 등이 판매할 수 있는 금융상품의 범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서비스 활성화에 제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내년 1월 전면 서비스 실시까지 1개월 앞둔 상황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 외 다른 산업과의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점도 제약 요인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금융 정보 외에도 다른 산업군의 데이터를 결합해야지만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까지는 한 개인이 어떤 보험 상품에 가입했는지는 알 수 있어도, 평소 어떤 의료서비스를 받는지는 알 수 없다. 헬스케어·통신·유통 등의 데이터를 융합해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개인정보보호 등을 고려할 때 법제화 역시 쉽지 않은 부분이다.

더욱이 '소비자에게 더욱 적합한 금융 상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본질적인 의미에선 반쪽짜리 서비스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각각의 금융사들이 소비자에게 더욱 적합한 상품을 개발할 수는 있지만, 맞춤형 상품 추천에선 결국 타사 상품을 추천하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또 다른 금융업체 관계자는 "향후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나올 수 있는 상품·서비스는 대체로 유사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면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타사 상품을 추천하는 것과 같이 '남 좋은 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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