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로 아르마니 들여온 정준호, 롯데서 '카파' 키운다 
신세계로 아르마니 들여온 정준호, 롯데서 '카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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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 큰 애슬레저 시장 게임체인저 될 것···5년 후 5000억 매출 목표"
9일 정준호 롯데지에프알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프레인빌라에서 열린 카파·까웨 재출시 기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9일 정준호 롯데지에프알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프레인빌라에서 열린 카파·까웨 재출시 기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신세계그룹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아르마니와 지방시 같은 굵직한 해외 패션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온 정준호 롯데지에프알(GFR) 대표가 이번엔 스포츠복에 승부수를 띄웠다. 정 대표는 2018년 12월 롯데쇼핑 패션 자회사 롯데지에프알에 영입됐는데, 이때 업계에선 그가 또다시 럭셔리 브랜드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애슬레저(운동+레저) 의류 성장세에 주목했다. 

정 대표는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프레인빌라에서 간담회를 열어 "1993년 아르마니를 비롯해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메종마르지엘라, 아크네, 크롬하츠까지 총 30개가 넘는 브랜드를 국내에서 출시했고 큰 강을 건너 경쟁사에 왔다"며 "카파와 까웨가 잠재력이 큰 애슬레저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그동안 롯데가 패션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았고 경쟁사보다 10년은 늦게 진입했지만, 속도는 빠를 것으로 본다"며 두 브랜드로 내년까지 400억원, 2026년까지 3000억원을 벌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카파와 까웨는 각각 이탈리아 토리노,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스포츠 브랜드다. 카파는 남녀가 등을 맞댄 로고로 잘 알려졌으며, 까웨는 프랑스에서 국민 브랜드 자격을 얻었다. 까웨는 윈드브레이커(바람막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고, 해당 명칭을 갖다 쓴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동안 이들 브랜드 국내 사업은 카파코리아와 버전원에서 맡았지만, 유럽 본사와의 계약이 끝나면서 롯데지에프알이 독점 사업권을 따게 됐다. 롯데지에프알은 이르면 2~3년 내, 늦어도 5년 안에 아시아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정 대표는 두 브랜드를 가져오면서 애슬레저 의류 시장 성장성에 주목했다. 세계적으로 이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6%를 넘으며, 국내에선 지난 4년간 규모가 2배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시장 규모는 3조원에 달했다. 정 대표는 "타사 포트폴리오를 쫓기보단 그들이 보지 못한 이후를 보고, 소비자 경험을 늘릴 수 있도록 그들이 바라는 가치가 뭘지 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로 몸집을 키운 경쟁사 모델을 따르기보단 철저히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신사업을 지목했음을 시사한다.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프레인빌라에서 열린 카파·까웨 재출시 기념 간담회에서 카파 옷을 입은 모델들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지에프알)

롯데지에프알은 외부 디자이너와의 협업 모델을 활용해 새 브랜드를 알릴 계획이다. 정 대표는 "2003년 레모 루피니가 몽클레르를 인수했을 때 톱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그 가치를 올렸다고 생각한다"며 "까웨 역시 아미, 라코스테, 펜디, 엔지니어드가먼트랑 협업하며 그런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몽클레르처럼 궁극적으로는 연구개발(R&D) 라인으로 디자인성 살린 제품 만드는 기회를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카파의 경우 옛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유통을 모두 철수했고, 디자이너 브랜드 본봄 쪽과 손잡고 캡슐 컬렉션을 내놨다. 이밖에 정 대표는 일상 전반을 다룰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 강화, 서포터 모집과 소통, 스포츠 스폰서십으로 브랜드 지지층을 만들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새 브랜드를 성공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선 엠제트(MZ)세대에 귀기울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그들이 중심에 있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본다"며 "엠제트는 새로 등장한 세대가 아니라 이미 소비는 물론 회사 경영 중심에 진입한 3040세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력해서 트렌드를 읽지만, 이 세대로 생활하며 느끼고, 공감하는 사람을 따라가기 어렵다. 3040세대 직원들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대표는 새 사업 집중을 위해 취임 후 실적이 부진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낮은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해왔다. 훌라와 꼼뜨와 데 꼬또니에, 폴앤조를 비롯한 10개 사업이다. 그는 "경쟁에서 열세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관심 안 갖는 브랜드가 우리 포트폴리오에 들어왔고, 새 변화 시기에서 강력한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왔을 때 매출이 2000억원이었는데 반토막을 만들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전문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며 "올해 바닥을 짚고 내년부터 나아질 것"이라고 봤다. 새 패션 브랜드와 화장품, 라이프스타일 사업에 집중해 5년 후엔 5000억원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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