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수수료 인하'에···뿔난 카드사 노조, 총파업 예고(종합)
반복되는 '수수료 인하'에···뿔난 카드사 노조, 총파업 예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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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적격 비용 재산정 제도 폐지하라"
수수료 인하만 13회···"최악의 경우 대고객 서비스 중단"
빅테크는 수수료 셀프산정···"동일기능 동일규제 적용해야"
이재진 사무금융노조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카드노동자 총파업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이재진 사무금융노조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카드노동자 총파업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은실 기자)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국내 주요 카드사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했다.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해 3년마다 진행되는 적격비용(원가) 재산정 제도를 통해 가맹점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일방적인 제도로 카드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최후의 수단인 '총파업' 카드를 꺼낸 것이다. 

올 3분기까지 호실적을 이어온 카드사들이 정치권과 금융당국을 향해 생존권을 호소하며 총파업까지 경고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13번에 걸친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카드산업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카드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카드산업 정책이 일부 빅테크 기업만 배불리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카드업계 주장이다.

8일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정치권과 금융위는 '카드노동자 총파업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원회와 정치권은 정책 실패 인정하고 적격비용 재산정제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 "정치권 선거용 카드인 '수수료 인하' 중단"

"적격비용을 논의했던 시기엔 실제로 카드수수료가 높았고, 카드사들이 대규모 이익을 내던 시기라 정부·카드사·소상공인 사이에 정책 추진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와 수수료 인하가 정치권의 선거용 카드로 쓰이면서 오히려 카드사의 생존권을 위협 받고있다" (정종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 

이날 노조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영세중소상인의 희생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하지 않고 카드수수료를 강제로 인하시키는 것은 대선을 앞둔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적격비용 재산정은 지난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을 확인하고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제도다. 최근 3년간 카드업계의 자금조달·위험관리·일반관리·마케팅비용 등의 비용과 카드사·소상공인·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금융당국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실제 카드수수료는 최근 12년간 총 13차례 인하됐다. 적격비용 재산정에 따르면 '3년'이라는 기간이 설정돼 있지만 정치권에서 '제도 개선', '소상공인 부담 경감' 등의 이유로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여러 차례 수수료 인하가 이뤄졌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금융위와 정치권은 카드사들이 이익을 내고 있지 않냐고 말하지만 실제로 카드사들은 신용카드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막기 위해 할부금융, 자동차금융 등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 빅테크 규제 차익 문제···"빅테크만 배불러"

빅테크와의 규제차익 문제도 지적했다. 카드사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지불결제시장 내에서 주된 역할을 상실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당국이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정종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카드사의 경우 낮아진 수수료율로 인해 고객들이 카드를 쓸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인 반면 빅테크는 최대 1.4%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빅테크는 매출이 증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현재 가맹점 수수료 인하율을 1% 후반에서 2%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가맹점 중 다수가 영세가맹점이라 0.6~0.8%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고, 세액공제와 환급까지 고려하면 가맹점의 92%가량은 카드수수료의 실질적인 부담효과가 0%대라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반면 빅테크 기업들이 셀프 책정한 수수료는 아무런 제지가 없어 오히려 영세중소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빅테크는 카드수수료에 비해 구간별 1.6~2.8배에 달하는 수수료를 자영업자에게 자율적으로 책정해 받고 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은 카드사들이 지금까지 제공해온 우대수수료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우대수수료는 남기고 바뀐 현재 상황에 맞춰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율하자는 것"이라며 "빅테크도 법망 안으로 들어와 카드사와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 하에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드사노조협의회는 여러 총파업 시나리오를 놓고 고려 중이다. 이번 주까지 금융당국에서 적격비용 재산정 폐지와 수수료 인하 중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다면 총회를 진행해 총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전산 서비스까지 중단하는 최악의 경우, 카드 결제가 막혀 고객과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이달 말 당정협의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카노협 관계자는 "카드사의 여력이 어느 정도 존재하고 대체 가능한 대안이 있던 이전 상황과는 다르다"며 "총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본다. 금융위원회와 정치권이 유의미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카드 노동자들은 총파업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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