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式 종합검사, 칼날 무뎌지나···시민단체 "소비자보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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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검사 체계 '처벌→예방' 전환 예고
"검사는 고유 역할···금소법 취지 무색"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왼쪽)가 지난 4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열린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신속 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왼쪽)가 지난 4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열린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신속 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금융감독원이 왜 '감독'이라는 자기 권한을 포기하는지 모르겠다. 정은보 원장이 말하는 '사전적 예방' 중점 종합감사가 시행되면 결국 금감원은 종이호랑이가 아닌 '종이고양이'가 될 것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지난 4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열린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신속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나온 작심 발언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밝힌 종합검사 개편 방향을 놓고 금융권 안팎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의 검사'라고 불리는 종합검사의 방향성을 예방으로 가져간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건데, 소비자보호 측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예방적 종합검사, 금감원 본연 목적과 배치"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검사 체계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정비하겠다고 지난 3일 공언했다. 특히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부활시킨 종합검사의 경우 '처벌'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두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종합검사는 금감원의 칼로 불린다. 금융사의 자본적정성·건전성·유동성·내부통제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득의 대표는 "종합검사는 채용비리 등 찾아내기 어려운 다양한 문제를 잡아낼 수 있는 금감원의 무기인 동시에 존재 자체가 예방적 역할을 했다"며 "종합검사가 있어서 금융사들이 선제적으로 조심한 부분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은보 원장이 (종합감사) 폐지가 아니라고 하지만 폐지로 가는 수순으로 보인다"며 "금융사에 대한 규제와 감독, 이 두 가지가 있어야 금융시스템이 잘 작동하는데 규제도 풀어주고 감독까지 손을 놔버린다면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논평을 통해 "금감원은 금융기관 봐주기 말고 제대로 된 감시·감독·제재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DLF·라임·옵티머스 등 각종 사모펀드 관련 피해보상과 제재안이 아직 현재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감독 방향을 금융사 지원으로 틀겠다는 것은 부적절한 시그널이라는 평가다.

경제금융센터는 "지주회사 소속 소규모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주기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실시주기도 1년에서 3년으로 변경하겠다고 하는데 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취지가 무색하다"며 "정은보 원장은 금융감독원 본연의 설립 목적대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 "집중된 역량 없는 예방적 검사는 불가"

예방적 종합검사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이 없지만 금융권에서는 '컨설팅식 부문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금융기관·금융단체 관계자들도 지난 2015년 금융회사 자율성 강화와 컨설팅 검사를 중요시하면서 종합검사제도를 순차적으로 폐지했던 때와 겹쳐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KCMI) 연구위원은 "금융감독원장이 교체될 때마다 종합검사에 대한 개편도 진행되는데, 박근혜 정부 시절 컨설팅 중심으로 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예방 중심이나 컨설팅 중심 검사는 취지는 좋으나, 일단 말 자체가 모호한 측면이 있고 역량이 준비되야 한다"며 "그동안 안 해왔던 것을 한번에 잘할 수 있을지 우려되기도 하고 내부통제, 소비자보호 업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점검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종합검사는 금감원의 현장 검사 가운데 시간과 인력을 가장 많이 투입하는 검사다.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가량 금감원 인력 30여 명을 금융사에 파견한다. 그동안 한 곳을 탈탈 터는 '먼지털기식'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많아 금융사들이 큰 부담감을 느껴왔다.

이 연구위원은 "결국 예방적 검사라는 것은 금감원 검사 인력이 조사를 나가 어떻게 검사를 할 수 있는지 혹은 해야 하는지 등을 분명히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사전 예방이라는 방향성은 좋으나 실제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고도화된 시스템과 더 많은 인력 없이는 사실상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사에 대한 종합적인 지식·정보가 없이 사전에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문제를 예방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강 사무처장은 "강화된 역량이 없다면 예방적 검사는 성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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