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동아시아에서 짙어지는 전운
[홍승희 칼럼] 동아시아에서 짙어지는 전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을 둘러싼 전운이 다방면에서 짙어지고 있다. 대만 통합을 하려는 중국의 욕망은 일단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이 아직은 다소 느슨하지만 망을 구축해가고 있다.

홍콩을 반환한 후 중국의 예상보다 빠른 통합이 이루어지며 반환 당사국이었던 영국이 대중국 압박에 적극 가담하며 미국과 영연방 국가들이 주축이 된 오커스동맹으로 실체화되었다. 그런 앵글로색슨 동맹에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아니다.

어느 면에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동아시아를 향하던 서구열강의 움직임이 대중국 압박을 통해 재현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우려도 있다. 당시에 비하면 상당히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중국의 힘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중국은 거의 홀로 싸우는 형국은 비슷하다.

하지만 전선의 양상이 꼭 같은 모양새는 또 아니다. 과거에는 서구 열강들도 각자 사냥에 나서서 큰 나라 중국을 여기저기 물어뜯는 모양새였다면 지금은 중국의 힘이 커지다보니 서구 세력의 연합이 좀 더 뚜렷하다.

일본은 당시보다 더 적극적으로 서구 민주진영에 가담하고 있고 또 당시처럼 중국을 통째로 먹겠다고 나서기에 상대적으로 중국보다 힘이 약하다. 또한 적어도 한국은 당시와 분명히 처지가 달라졌다. 여전히 미`중 양강의 구도 속에 중심잡기에 온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힘든 입지이긴 하지만.

지금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당장 대규모 무력충돌로 이어지지는 않도록 양쪽 모두 수위를 조절해가며 상대의 힘을 탐색하고 있는 단계다. 양쪽이 본격적으로 맞붙으면 세계 3차 대전으로 확전될 것이고 양쪽 모두 그런 상황은 피하길 원하지만 지금 같은 긴장상태가 언제까지고 이대로 이어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슬그머니 물러나기도 만만찮은 상황에 이르렀다.

당초 구상했던 어느 한쪽의 전략이 무엇이었든 현재로서는 서로 쉬이 물러서기엔 이후 감내해야 할 위험이 크다는 점을 양쪽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누가 더 적은 피해를 입고 끝내느냐는 단계로 상황이 점차 몰려가고 있다.

대만은 무엇보다 지금의 중국 내부 정치상황을 보며 중국에 흡수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그렇다고 독립을 위해 무엇을 희생할만한 각오나 준비가 충분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미국이 대만 자체의 독립 여부에 각별한 관심이 있어서 바이든이 대만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다만 중국의 팽창의지를 더 이상 방치하면 미국이 겪어야 할 제약이 점점 커져갈 것을 우려해 ‘항행의 자유’라는 기치를 내걸고 대만 수호를 천명하는 것뿐이다. 아프간에서 미리 예정된 철수를 하면서도 각종 무기들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쫓기듯 떠난 것은 분명 아닐 것이고 지금 아프간을 지배하는 탈레반은 미국의 기대 혹은 약속대로 서쪽에서 중국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들이 들려온다.

인도는 중국과의 국경분쟁이 점차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들 지역 분쟁이 격화될수록 미국은 대만과 동남아시아 지역에만 제한적인 군사행동을 해도 중국의 힘을 약화시키는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아시아에서 대대적인 군사행동을 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영국, 호주 등과 함께 확실한 마무리를 짓고자 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그동안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분쟁에 개입해온 수준보다 더 많은 전력의 투입이 요구될 수 있는 미국은 결코 혼자 싸우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어설픈 싸움은 이전의 다른 지역 분쟁개입에 비해 훨씬 뼈아픈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미국 또한 잘 알고 있기에 일단 중국과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보다 분명한 성과를 내기 위해 여러 동맹국들을 끌어들이려 할 터다.

지금 선심 쓰듯 그간 각종 규제로 한국의 무기 개발에 발목을 묶어왔던 미국이 이것저것 제재해제를 해대는 것도 결국 대중국 전선 동참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선택이 불가피해졌을 때 어떻게 우리의 전략을 갖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 사전에 해법을 찾고 대비해 둬야 한다. 아직 우리에겐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