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故 이건희 회장 1주기, '뉴삼성' 강조한 이재용
[초점] 故 이건희 회장 1주기, '뉴삼성' 강조한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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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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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인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1주기인 25일 '뉴삼성'으로의 의지가 담긴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외부활동을 자제하며 '잠행 모드'로 일관했던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내놓은 경영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새로운 삼성을 위해 조용하지만 힘있게 출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1주기 추도식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가족들만 참석한 채 20여분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삼성 관계자는 "추도식은 대규모 행사 대신 간소하고 소탈하게 하자는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들만 참석한 채 차분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삼성은 이날 1주기를 맞아 대규모 행사 대신 경기도 용인시 소재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에 이건희 회장의 흉상을 설치하며 고인을 기렸다. 삼성은 "생전에 '인재제일' 철학을 바탕으로 '창의적 핵심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써온 이건희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흉상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추도식 직후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이동해 '이건희 회장 흉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건희 회장이 우리를 떠난 지 벌써 1년이 됐다, 고인에게 삼성은 삶 그 자체였고, 한계에 굴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으로 가능성을 키워 오늘의 삼성을 일구셨다"며 고인을 추모하고 '새로운 삼성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자'는 내용의 경영 메시지를 던졌다.   

◇ '뉴삼성'으로 이재용 '승어부' 이룰까

이 부회장이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두달여만에 처음으로 뉴삼성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향후 행보에 주목된다. 출소 후 공식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숨 고르기를 해 온 이 부회장이 '포스트 이건희 1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상 이 부회장은 작년 10월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지난 1년간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수감생활로 인해 삼성전자 '오너 경영자'로서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하지 못했다. 올해 초부터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아 뉴삼성을 예고했지만, 곧바로 국정농단 사건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뜻을 펼칠 수 없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새해 첫 현장경영의 일환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사업장을 방문해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로부터 2주 만에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207일 동안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이 부회장은 광복절 직전인 지난 8월 13일 가석방 출소했지만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른 취업제한 등을 의식한 듯 그간 제한적 행보를 보여왔다. 가석방 당일부터 그간의 공백을 해소하듯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은 그는 본격적인 경영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는 달리 이렇다할 공식 대외 활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시로 서초 사옥과 수원 본사를 찾아 사업을 챙기면서도 공식 일정은 지난달 14일 정부 공식 행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난 것 외에는 전무한 수준이었다.

대신 고용과 투자 확대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 출소 후 11일 만에 삼성은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4만명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 14일 김 총리와 주도하는 '청년희망 ON 프로젝트' 간담회에 참석해 앞으로 3년간 3만명을 추가로 직접 고용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앞으로 3년 동안 직·간접 고용과 투자를 통해 7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간담회에서 공개 발언은 아끼면서도 "'청년들의 희망'을 위해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다"는 소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고 이 회장의 영결식 추도사에 나온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에 대해 "(회사를) 선대보다 크고 강하게 키우는 게 최고의 효도라는 말씀"이라고 언급하며 "경쟁에서 이기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신사업을 발굴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당연한 책무지만 제가 꿈꾸는 승어부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촘촘한 준법 시스템을 만들고, 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 만들겠다"며 "국격에 맞는 새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는 아버지께 효도하고 싶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유족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유족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사법리스크 '발목'에도 美 출장 등 경영 행보 본격화 전망

이 부회장은 현재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 취업제한 조치로 경영 활동에 제약을 안고 있는 데다 오는 26일 향정신성 의약품인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재판 1심이 선고된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벌금 7000만원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 출소 당시 일각에서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가석방 처분은 효력을 잃는다"는 형법 74조를 들어 재수감 가능성도 나왔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형기는 내년 7월이 만기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오는 12월 9일부터 가석방 취소 요건이 '가석방 기간 중 고의로 지은 죄'일 경우로만 한정되는 개정 형법이 시행되고, 이미 가석방이 된 사람에게도 개정법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12월 전에 재판이 확정되지만 않으면 이 부회장은 가석방 취소를 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이 부회장이 1심에서 금고 이상, 즉 집행유예를 선고받더라도 상소를 이어가면 통상적인 재판 소요 기간에 비춰 가석방 취소 요건이 강화된 개정 형법을 적용받을 공산이 크다. 결국 재수감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다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사건이 매주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조세 회피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도 불거지며 부담 요소는 여전하다. 검찰은 조세 회피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 관련 뉴스타파 보도 이후 접수된 이 부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나섰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신사업 투자, 지배구조 개편, 노사관계 등 굵직한 현안 과제가 산적한 만큼 이 부회장이 경영 행보를 더는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은 지난 8월 말 내놓은 시스템 반도체·바이오·5G 차세대 통신·인공지능(AI)·로봇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골자로 한 미래 투자에 대한 청사진을 구체화해 실행에 옮겨야 하는 처지다. 

특히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약속한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내 제2 파운드리 공장 증설 부지도 최종 확정해야 한다. 미국의 인텔·대만의 TSMC 등 경쟁사들이 앞다퉈 대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에 나서면서 삼성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유력 후보지로 급부상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내달 미국 출장길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전자 등에 다음달 8일까지 주요 고객 명단·재고 현황·증산 계획 등 정보 제출을 요구한 터라 이 부회장이 현지에서 직접 관계자들을 만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지배구조 개편·바람직한 노사 관계 '숙제'

포스트 이건희 시대, 뉴삼성 실현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이 부회장의 '4세 경영 승계 포기' 선언 이후 삼성 안팎에서는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집단지배체제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와 주요 관계사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의뢰로 현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안에 용역이 마무리되는 만큼 이 결과를 바탕으로 뉴삼성의 조직 밑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조직 개편 방향으로는 오너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지주사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이 깊이 있게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 EPC경쟁력강화(삼성물산) 등 3개 TF를 아우르는 '통합 콘트롤타워'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영진단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져 조직개편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산하 네트워크 사업부 매각설과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설이 돌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조만간 조직개편이 임박한 듯한 모습이다.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진단에 따른 연말 인사 역시 이전보다 규모가 클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아울러 지난해 무노조 경영 철폐를 선언한 이후 첫 교섭에 돌입한 삼성전자 노사관계도 해결해야 한다. 노조는 △전 직원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자사주 1인당 107만원 지급 △코로나19 격려금 1인당 350만원 지급 △매년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선 매년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안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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