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격 내렸다고 내세운 단지들···1년 새 최고가 경신
정부가 가격 내렸다고 내세운 단지들···1년 새 최고가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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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단지 일대 전경. (사진=노제욱 기자)
서울 아파트 단지 일대 전경. (사진=노제욱 기자)

[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정부가 약 1년 전 고강도 정책 효과로 아파트값이 떨어졌다고 홍보한 단지들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84.943㎡는 지난 7월 34억1000만원(9층)에 팔려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단지는 정부가 지난해 9월 초 8.4 공급대책의 효과로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하락했다고 거론한 곳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4대책 이후 1개월이 지난 현재 나름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상당한 지역에서 가격이 하락한 거래도 나타나는 등 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많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단지 해당 면적이 그해 7월 28억5000만원(25층)에서 8월 24억4000만원(18층)으로 떨어진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법인이 가족에게 시세보다 대폭 낮은 가격에 팔아넘긴 특수 거래인 점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강남권 핵심 입지에 있는 아파트가 약 한 달 사이에 실거래 가격이 4억원 넘게 떨어진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이었는데도 '경제 수장'이 이를 집값 안정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이후 이 단지의 해당 면적은 1년도 안 돼 10억원 가까이 올랐다. 현재 호가는 최고 37억5000만원 수준이다.

정부가 당시 집값 안정의 신호 사례로 들었던 단지들의 아파트값은 하나같이 급반등해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68㎡는 지난해 7월 11억5000만원(5층)에서 8월 8억9500만원(19층)으로 급락했지만, 지난달 25일 기준 12억7500만원(18층)에 달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3단지 전용 59.9236㎡는 지난해 6월 12억8000만원(7층)에서 8월 11억원(7층)으로 떨어졌으나, 이내 반등해 올해 8월 14억8000만원(3층)까지 치솟았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불암현대' 전용 84.9㎡는 지난해 7월 6억8000만원(19층)에서 8월 5억9000만원(17층)으로 일시 하락했지만, 지난달 14일 8억원(16층)을 넘어섰다.

결국 당시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정책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이상 거래를 사례로 내민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정부가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계속 이어지자, 조급한 마음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를 활용한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시장은 일부 단면만 보고 파악할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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