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의 관성···"회생률 최대 36%로 낮아, 장기 분석해야"
한계기업의 관성···"회생률 최대 36%로 낮아, 장기 분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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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BOK이슈노트'···한계기업 재무상태 전환 분석
2003~2009년 신규 한계기업 회생률 15.0~36.3%
기업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기업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돈을 벌어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에 대한 장기 상태변화를 추적한 결과, 일시적 정상화를 제외한 회생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한계상태에 빠진 기업의 상당수가 정상화되지만, 동시에 상당수의 기업은 재차 재무취약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1일 발표한 'BOK이슈노트'에 실린 '기업 재무상태 전환의 주요 특징: 한계기업의 회생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낮은 기업(이자보상배율 1미만)을 뜻하며, 이번 분석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의 데이터에 대한 분석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위기에 주로 기인해 재무상태가 악화된 기업을 분석하기에 앞서 기업 재무상태 전환에 대한 일반적인 사실을 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계기업의 회생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용민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한계기업은 지난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돼 왔으며,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지난해에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기존 한계기업의 연구는 일시적 성격의 '정상화'를 '회생'으로 간주하는 등 이탈 가능성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계기업의 재무상태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빈번한 기업상태의 전환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지난 2003~2009년중 신규 한계기업의 향후 10년 상태를 추적해 보면, 신규 한계기업 63.6%는 10년 내에 1번 이상 정상상태로 전환하는데 이중 27.7%가 10년 후 정상상태를 보였다. 동시에 35.9%는 재무취약·비존속 등으로 재전환했다. 즉, 매년 한계상태에 있는 기업의 상당수가 정상화되지만, 동시에 정상전환한 기업의 상당수는 재무취약상태로 재전환한다는 것이다.

신규 한계진입 후 정상전환한 기업의 비중. (사진= 한국은행)
신규 한계진입 후 정상전환한 기업의 비중. (사진= 한국은행)

한은은 이같은 변화가 노동시장에서의 '이력효과'와 유사하게 성립한다고 분석했다. 이력효과는 실업의 상태의존성으로, 실업기간이 길수록, 실업경험 횟수가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미래에 실업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현상을 뜻한다. 일종의 관성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기업 재무상태 전환에 있어서도 재무 취약상태가 오래 지속되거나, 과거 취약상태를 경험한 횟수가 많을수록 정상화가 어려워지고, 다시 재무취약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0~2019년 재무취약기업의 정상화율은 재무취약상태 1년차에는 39.9%로 나타났지만, 7년차에는 13.6%로 하락했다. 또한 과거 5년 연속 재무취약상태였던 정상기업의 33.4%가 다음 해에 재무취약상태로 재전환된 반면, 같은 기간 재무취약경험이 없는 기업의 경우 5.1%만 전환됐다. 분석대상기업의 36.0%가 2회 이상 재무취약 또는 한계상태를 겪지만, 동 기업들이 전체 재무취약상태의 88.5%를 설명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신규 한계진입 후 장기 평균 이자보상배율과 기업상태를 바탕으로 한계기업의 회생을 정의하고 회생률의 범위를 시산한 결과, 지난 2003~2009년중 신규 한계기업의 회생률은 15.0~36.3%로 나타났다. 이는 일시적 정상화를 포함하는 기존 연구 방식에 따른 회생률이 63.6%라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명목적으로는 신규 회생률 분석(36.3%)이 기존 회생률 분석(63.6%)보다 낮게 나타났지만, 장기간 평균적으로 양호한 경영실적을 지속한 기업만을 회생기업으로 정의하는 등 회생의 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되레 적지 않은 신규 한계기업이 회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산업의 업황부진 등으로 한계상태에 진입하였을뿐, 생산성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건전성을 유지하는 기업들이 있기 떄문이다.

박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신규 한계상태로 전환된 기업중 상당수는 생산성, 경영능력 등 기업특성에 있어 과거 한계기업과 다를 수 있고, 과거와 상이한 회생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구조조정 논의에 있어 코로나19 충격의 특성을 고려해, 코로나19 이후 한계상태에 진입한 기업들의 회생가능성을 보다 엄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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