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한형' 주담대, 대출금리 인상에 재조명받나
'금리상한형' 주담대, 대출금리 인상에 재조명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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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시중 은행서 출시···3개월간 실적 31건
고정금리 인상에 향후 수요 늘어날 가능성 높아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대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주요 은행의 대출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대출 안내문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대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주요 은행의 대출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대출 안내문이 걸려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선보였던 금리상승리스크 완화형(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출시 3개월이 지나도록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KB국민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의 금리 상승폭이 금리상한형 주담대의 금리 제한폭(연 0.75%p)보다 낮아, 이 상품에 가입했을 때의 실익이 크지 않았던 탓이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대출규제 등으로 최근 대출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금리상한형 주담대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 실적은 31건(53억5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 중에선 가입 실적이 0건인 곳도 있었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리상승기에 변동금리 대출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올해 7월 출시된 상품이다. 기존에 변동금리 주담대를 받은 차주라면 연 0.15~0.2%p의 금리를 더 얹는 방식으로 해당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금리 상승폭은 연간 0.75%p, 5년간 2%p 이내로 제한된다. 즉,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으로 이득을 보려면 주담대 변동금리가 연간 0.90%p(0.15%p+0.75%p) 이상 올라야한다.

이 상품이 출시된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3개월간 은행별 주담대 금리(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국민은행 연 2.49~3.99%→연 3.47~4.67% △신한은행 연 2.84~3.89%→연 3.59~4.49% △하나은행 연 2.733~4.033%→연 3.345~4.645% △우리은행 연 2.65~3.65%→연 3.14~3.85% △농협은행 연 2.45~3.66%→연 2.95~3.86% 등을 기록했다.

이 중 국민은행의 금리 하단 상승폭이 0.98%p로 가장 가팔랐고, 유일하게 0.90%p를 넘었다. 지난 7월 국민은행에서 금리상한형 주담대에 가입한 차주라면 금리면에서 이득을 본 셈이다. 반대로 다른 은행에서 가입했다면 오히려 손해를 봤을 것이란 계산이 가능해진다.

은행권은 금리상한형 주담대의 실적이 저조한 배경을 이같은 금리 상승폭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은행의 상승폭이 크긴 했으나 연간 주담대 변동금리가 1%p 이상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한 대출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약 10년간 은행권 주담대의 연간 금리 상승폭이 0.75%p를 넘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 때처럼 급격한 금리 변동이 예상되는 게 아니라면 보통 대출자들은 현재 가장 저렴한 상품에 가입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0.15~0.2%p 가산금리를 더 얹어야 하는 것도 수수료를 따로 내는 것처럼 느껴져서 대출자에겐 가입 장벽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대출규제로 은행권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데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한 만큼 이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여지는 있다.

실제 최근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 하단은 지난 7월 말 대비 0.49~0.98%p 뛰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에 은행들이 대출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한 탓이 크다. 당국이 총량 규제 조치를 내년에도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금리 상승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가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어서 금리는 앞으로 더 오르거나 최소한 지금보다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고정금리도 많이 오른 상황이라 금리상한형 주담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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