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인플레이션 목표를 새롭게 제시하라
[홍승희 칼럼] 인플레이션 목표를 새롭게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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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른다는 서민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추석물가가 대폭 오르면서 정부지원금을 받은 게 무의미해졌다는 비난이 크다.

심지어 동네 가게에 들러 식료품값을 보며 혼잣말로 '많이 올랐네' 소리 한마디 했다가 가게 주인으로부터 한동안 정부 비판을 들어야 했다. 그 주인의 말을 빌리면 정부지원금 조금 주고 그거 회수하려고 물가를 올렸다는 거다.

어처구니없는 발상이지만 이미 답을 정한 그 주인에게 무슨 말도 더는 받아들일 여지는 없어 보였다. 특정 지방 억양이 강한 말투로 봐서는 정치성향까지 가세된 듯 여겨지지만 이런 생각이 꼭 그 가게주인만의 뜻은 아닌 성 싶다. 대중들로서는 국제뉴스에 별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또 국내 언론에서 이런 소식을 전하는 데 꽤 소홀하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인플레이션은 현재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돈을 상대적으로 덜 푼 한국은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수준이 나은 편일 터다. 그렇다고 그런 사정을 대중이 알아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다는 점은 정치의 업보일 수밖에 없겠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다수 국가에서 사회적 봉쇄가 이루어지고 덩달아 산업생산에도 엄청난 차질이 빚어진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실직자들이 발생했다.

기업들이 노동유연성을 늘 문제 삼았지만 그 덕분에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실직자도 적었다. 다만 자영업 비중이 높은 한국의 취업구조가 팬데믹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존의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국민 숫자를 늘려갔다는 점이 정부를 조바심치게 만들었다.

한국이 이럴 정도면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의 조바심이 더 심했고 그래서 서둘러 봉쇄를 풀었다가 다시 셧 다운을 반복하게도 만들었다. 국민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린 각국 정부는 부담이 가더라도 국가 재정을 확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팬데믹 극복과정에서 각국 정부는 앞 다퉈 돈을 풀었고 그 결과 지금 풀려난 자금에 더해 개개인의 억눌렸던 소비욕구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위험할 수준으로 솟구치고 있다. 각국 정부도 늦지 않게 이런 추세에 제동을 걸겠지만 당분간 이런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이 서둘러 방역대책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해나가는 것도 결국 생산활동을 재개함으로써 풀린 자금의 회수시기를 앞당기려는 시도일 것이다. 매우 조심스러운 한국도 다행히 지금 추세로 가면 11월초부터는 ‘위드 코로나’로 정책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풀린 자금이 워낙 많다보니 생필품은 물론 원자재 가격의 폭등을 불러옴으로써 인플레이션을 가속시키고 있다. 지금 중국의 전력부족 현상에도 이런 인플레이션이 가장 핵심적인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적 상황이 너나없이 어렵다보니 각국이 자국이기주의적 태도를 강화하고 있어서 모든 국가가 경제운용을 매우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그 이전부터 예고됐던 것이기는 하지만 팬데믹이 방아쇠가 된 것도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도 위험요소가 될 수 있지만 여러 나라에서 정치적 불안요인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시스템이 안정된 국가들도 정권 차원에서는 불안정성이 높아지겠지만 기본적으로 불안한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일수록 그 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예상할 수 없이 인플레이션 상황에 맞닥뜨린 대중들의 불안감은 사회적 불만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크다. 국가에 따라서는 이런 불만을 수습할 방법을 찾기 어려울 때 그 불만을 주변국들을 향해 투사시키려는 시도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국민 대중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시키지는 못하더라도 현재 전 세계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한 설명과 우리 정부는 어느 수준까지 인플레이션을 감내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야 주기적으로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이번 팬데믹과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한 좀 더 상세한 대국민 브리핑이 있어야 한다.

국민은 좀 더 친절한 정부를 원하고 그 정부의 일을 성실하게 하는 공무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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