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방위 대출규제에 스텝 꼬인 중금리대출
[기자수첩] 전방위 대출규제에 스텝 꼬인 중금리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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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중금리대출을 목표치까지 늘려야 하는데 한편으론 대출도 제한해야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금리대출을 일정 수준까지 확대하면서 가계대출도 제한적으로 취급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를 모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만 대출을 받는 관행이 정착되도록 가계대출 규제를 손질하고 있다. 다음달 초 나올 추가 가계대출 대책은 차주의 상환능력을 기반으로 대출가능 금액을 산출하는, 즉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일 것으로 예측된다.

당국의 기조에 맞춰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과 대부분의 주요 은행들은 이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대폭 축소한 상황이다. 케이뱅크도 연소득 이내로 대출한도를 줄이기로 결정하고, 시행 시기를 협의하고 있다.

출범 전인 토스뱅크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신용대출을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라는 당국의 요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규제 기조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연소득을 기준으로 대출한도를 일괄 제한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이 '저소득 중저신용자'란 점이다. DSR는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 비율이다. 즉, 소득이 많지 않고,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중저신용자일수록 대출 가능 금액 자체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결국 대출 가이드라인(증가율 5~6%)에 맞춰 총량을 일괄적으로 규제하려는 방법으로는 중저신용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제도권 내 금융사에서 대출이 막힌 중저신용자들이 갈 곳은 사금융뿐이다.

이같은 조치는 당국의 중금리대출 확대 방침과도 상충된다.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인 상황에서 중저신용자들이 필요한 만큼 대출을 받을 길은 요원해 보인다.

'중금리대출 확대'와 '대출총량 규제'란 상반된 두 방침을 두고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앞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은 올해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각각 20.8%, 21.5%, 34.9%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당국에 제출했지만 실제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각각 10.6%, 15.5%에 그쳤다. 다음달 추가 가계대출 규제가 시행될 경우 이 비중을 목표치만큼 끌어올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을 목표치만큼 맞추지 못했을 때의 패널티에 대해 당국이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다 보니 현장에서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중저신용자 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한시적으로 예외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조치를 두고 금융사와 소비자가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대출 총량 줄이기에만 집중하다 실제 대출지원이 필요한 곳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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