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취약계층·중소업체 과도한 채무 급증···소비·투자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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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비율, 가계 104.9%·기업 111.2%···주요국 평균 상회
자금수요·위험추구성향 확대···"부채 수준, 임계치보단 낮아"
가계 리버리지비율(왼쪽)과 기업 레버리지비율. (사진= 한국은행)
가계 리버리지비율(왼쪽)과 기업 레버리지비율.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가계 및 기업의 레버리지가 세계 주요국 평균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에선 저소득 및 청년층, 기업에선 중소업체에서 과다 채무로 인해 소비나 투자의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가계부채는 그 수준뿐만 아니라 증가 속도도 매우 가팔랐다. 아직 임계수준을 밑도는 모습이지만, 향후 소비나 투자에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4일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2021년 9월)'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레버리지비율은 증가하는 속도 면에서나, 규모 면에서 세계 주요국 평균과 격차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레버리지비율은 가계부채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으로, 타인자본 의존도를 나타내는 비율을 말한다. 올해 1분기말 우리나라 가계의 레버리지비율은 104.9%로, 세계 주요 30개국(2020년 명목GDP 기준) 중 5번째로 높았다. 주요국 평균은 63.2%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기업의 레버리지비율은 111.2%를 기록해 주요국(평균 103.3%) 중 12번째를 기록했다. 기업의 경우 지난 2015년 이후 주요국 평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오다 2019년 이후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기업 자금조달 수요 증가 등으로 주요국 평균을 웃돌기 시작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의 자금수요가 늘고, 위험추구 성향이 확대되면서 가계 및 기업의 레버리지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가계 부문을 살펴보면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소득대비가계대출비율(LTI)이 올해 3월말 기준으로 각각 36.1%와 231.9%를 기록했다. 이중에서도 저소득 및 청년층(20~30대)이 대체로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소득이 낮을수록 최저생계비 등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가계소비를 제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DSR과 LTI 임계수준이 45.9%, 382.7%로 평가됨에 따라 아직 부채 수준이 임계치를 넘어서진 않았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한은은 임계수준을 초과하는 차주들의 비중도 과거에 비해 다소 상승했지만, 아직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1분기 DSR 기준 임계수준 초과 차주 비중은 6.3%로, 지난 2017년 6.4~6.5% 상승한 뒤 비슷한 수준을 이어왔다. 하지만 같은 기간 LTI는 6.6%를 기록하면서 2014년 2.2%부터 꾸준히 상승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임계수준 초과 차주 비중에서도 소득수준 및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난 가운데 특히 DSR 기준으로 저소득층(14.3%)과 청년층(9%)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임계수준 초과 차주들의 대출은 부동산담보대출(주담대 및 비주담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부동산 매입 등을 위한 자금 조달이 임계수준 초과의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임계수준 초과 차주들의 1분기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DSR과 LTI에서 각각 62.6%, 65.2%를 기록해 임계수준 이하 차주의 41.5%, 40%를 크게 상회했다. 최근 들어서는 신용대출 및 기타대출(전세자금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의 비중도 상당폭 올라서고 있다.

기업 부채비율에서도 투자를 제약하는 임계수준은 현재 기업의 평균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는 평가다.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임계수준은 264.2%로, 지난해말 현재 기업 부문의 평균 부채비율인 91%를 웃돈다. 임계수준을 초과하는 기업(자본잠식 포함) 비중은 30.2%로, 지난 2013년(39.9%)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임계수준 초과 기업 수 및 차입금 비중은 자산 및 매출액 규모가 작을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 분포로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다. 부채비율의 중위값은 지난 2011년말 182.4%에서 지난해말 138.2%로 하락했다. 또 부채비율 100% 미만인 기업의 비중도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자본잠식 등 임계수준을 초과하는 기업의 비중도 점차 줄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가계 및 기업 레버리지비율은 꾸준히 상승하면서 주요국 평균을 상회하고 있으며, 특히 가계부채는 수준 뿐 아니라 그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파른 모습"이라면서 "가계의 경우 저소득 및 청년층, 기업의 경우 자산 및 매출이 작은 업체들이 과다 채무로 인해 소비나 투자의 제약을 받을 여지가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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