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재도약] 유통가, '새판 짜기'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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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GS리테일, 퀵커머스 키우려 요기요 인수···롯데쇼핑, 홈 인테리어 시장 출사표
쿠팡-대기업 온라인 플랫폼, '공유 경제' 빌미로 문어발식 확장·골목상권 침탈 논란
소비자가 배달 앱 요기요를 통해 편의점 GS25로 주문한 상품을 찾은 배달직원이 점포를 나서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소비자가 배달 앱 요기요를 통해 편의점 GS25로 주문한 상품을 찾은 배달직원이 점포를 나서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서울파이낸스 이주현 기자] 국내 유통업계가 새 먹거리 찾기에 힘 쏟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통업 환경이 바뀐 탓이다. 코로나19 사태 전 국내 유통업계에선 대기업을 중심으로 온라인 사업 키우기 경쟁이 벌어졌는데, 이젠 '포스트 코로나'가 화두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바꾼 사업 환경이나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에 잘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몸집 불리고 신사업 진출 선언

올 하반기가 시작된 7월1일 지에스(GS)리테일과 GS홈쇼핑(GS샵)이 통합됐다. 편의점·슈퍼마켓·온라인쇼핑몰·TV홈쇼핑 사업을 아우르는 통합 GS리테일의 지난해 기준 실적은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 수준이다. 지난 6월30일 GS리테일 쪽은 현재 15조5000억원인 연간 취급액을 2025년까지 25조원으로 늘리기 위해 디지털 커머스, 인프라 구축, 신사업 등에 5년간 총 1조원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GS리테일은 격변하는 유통 환경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역량으로 1만5000개가 넘는 소매점을 꼽았다.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를 내세워 '퀵커머스'(빠른 배송)와 '도심형 마이크로풀필먼트'(세분화 주문부터 배송까지 과정)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게 GS리테일 설명이다. 

플랫폼 사업부문(BU·Business Unit) 중심이던 조직을 7월1일부터 디지털커머스BU와 홈쇼핑BU까지 3개로 재편한 GS리테일은 퀵커머스 키우기에 나섰다. 8월13일 GS리테일은 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및 퍼미라와 함께 꾸린 컨소시엄을 통해 배달 응용 프로그램(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계 유한회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의 지분 100% 인수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DHK 인수 금액은 총 8000억원이고, GS리테일은 30% 지분에 해당되는 2400억원을 투자한다. 

DHK 인수에 대해 GS리테일의 요기요의 높은 시장 점유율과 향후 성장성 등을 검토한 결과라며, GS25와 GS더프레시, 랄라블라 등 1만6000여개 소매점과 60여개 물류센터가 결합된 도심형 마이크로풀필먼트와 퀵커머스 시장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솔잎 GS리테일 전무는 "퀵커머스 사업 역량이 강화돼 1만6000여 오프라인 플랫폼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GS리테일 보유 역량을 활용한 시너지 창출 외에 신사업 기회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홈 인테리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달 10일 롯데쇼핑은 한샘 지분 인수를 위한 신설 사모펀드(PEF)에 2995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전날 열린 이사회를 통해 해당 PEF 출자 결의를 하고 IMM 프라이빗에쿼티(PE)에 출자확약서를 냈으며, 10일 IMM PE로부터 해당 PEF 참여 확정을 받았다. 

롯데쇼핑의 한샘 경영권 인수 PEF 출자는 홈 인테리어 시장에서 현대백화점그룹 및 신세계그룹과 경쟁을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그룹은 각각 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옛 까사미아)란 홈 인테리어 계열사를 두고 있다. 롯데쇼핑은 "최근 홈 인테리어 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한샘의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고, 상품과 콘텐츠, 집객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IMM PE의 경영권 인수 PEF에 출자를 결정했다"면서, "롯데하이마트, 롯데건설 등과 롯데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건물 2층 아듬드리홀에서 '쿠팡시장침탈저지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주현 기자)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건물 2층 아듬드리홀에서 '쿠팡시장침탈저지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주현 기자) 

◇ 퀵커머스 경쟁 '빛과 그림자' 

"코로나19라는 대재앙 앞에서 쿠팡을 비롯한 대기업 플랫폼들은 소비자 편익과 공유 경제라는 명분을 앞세워 너무나 쉽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쿠팡시장침탈저지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달 7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건물 2층 아듬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만들어진 비대면 생태계를 기회 삼아 '몸집 불리기'를 위한 퀵커머스 경쟁을 벌인다고 주장했다. 

이날 비대위는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은 역사상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탐욕의 민낯을 드러낸 대기업 플랫폼들이 더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 대기업들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모은 개인정보로 골목 상권까지 침탈한다는 것이다. 

골목 상권을 침탈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비대위는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 쿠팡의 쿠팡이츠, DHK의 요기요를 꼽았다. 배달의민족 계열 '비(B)마트'와 '배민상회', 쿠팡이츠 계열 '쿠팡이츠 마트'와 '쿠팡이츠딜', 요기요 계열 '요마트' 등 퀵커머스를 통해 골목 상권에 뛰어든 온라인 플랫폼으로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란 주장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운영 대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파고든 비결은 '정보 독식'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 온라인 플랫폼에서 모은 개인정보로 '맞춤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특히 배달 앱 운영업체는 식당과 손님을 이어주는 대가로 중계수수료와 결제수수료, 배달료를 챙기면서 '단골'이 누군지조차 모르게 만든다. 배달 앱을 통해 모아들인 정보를 통해 골목상권에서 장사하는 상인과 단골 간 관계까지 끊는다는 것. 

코로나19 사태를 빌미 삼아 퀵커머스를 통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선 대표적 기업으로 비대위는 쿠팡을 지목했다. 비대위는 쿠팡이 서울 송파구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한 쿠팡이츠 마트를 콕 집어서 골목 상권을 집어 삼키려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식재료나 생활필수품을 한 시간 안에 집으로 배달해주는 쿠팡이츠 마트를 통해 쿠팡이 골목 상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대위 주장에 대해 쿠팡 쪽은 "퀵커머스는 대형마트와 포털 사이트는 물론 소매 대기업과 배송중개업체까지 이미 진출한 상황이다. 우린 후발주자에 불과하다"며 쿠팡이 퀵커머스를 주도한다는 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나 골목 상권 침탈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비대위는 네이버, 롯데, 신세계도 쿠팡처럼 퀵커머스를 통해 골목 상권을 침탈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가 지목하진 않았지만 퀵커머스에 뛰어든 유통 대기업은 많다. 게다가 포스트(위드) 코로나 시대 온라인 플랫폼과 퀵커머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현재 '시장 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방지법' 제정 필요성이 나오고 있는데, 소비자 편의와 공정 경쟁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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