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재도약] '필(必)환경'에 꽂힌 패션·뷰티업계  
[포스트 코로나 재도약] '필(必)환경'에 꽂힌 패션·뷰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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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새활용·자연친화 원단 의류 출시···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 선언
5월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블랙야크 양재점에서 BYN블랙야크의 '페트 줄게, 새옷 다오'에 동참한 한정애 환경부 장관(오른쪽)이 블랙야크의 페트병 재활용 티셔츠를 건네받고 있다. (사진=BYN블랙야크) 
5월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블랙야크 양재점에서 BYN블랙야크의 '페트 줄게, 새옷 다오'에 동참한 한정애 환경부 장관(오른쪽)이 블랙야크의 페트병 재활용 티셔츠를 건네받고 있다. (사진=BYN블랙야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패션·뷰티 업계에 '필(必)환경' 바람이 거세다. 필환경이란 환경을 고려하는 게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뜻이 깃든 말이다.

기후 변화와 더불어 신종감염병까지 유행하자 이 같은 인식이 중요한 화두로 주목받는다. 큰손으로 떠오른 밀레니얼제트(MZ)세대를 포함해 사회 전반에 걸쳐 이를 추구하는 생활 양식이 두드러지자 패션·뷰티 브랜드 사이에 필환경이 대세로 여겨진다.

패션 업계 한 인사는 "코로나19 유행 이면엔 세계 주요 관광지를 비롯해 생태계가 깨끗해지며 파괴된 자연이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데, 이를 보고 많은 이들이 지구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며 "각 브랜드에서도 변화를 감지하고 지속가능한 패션을 지향하며, 친환경 캠페인을 펼치거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국내 패션 업체들은 폐기물을 재활용해 의류를 선보이거나, 화학 약품을 줄이며 친환경 행보를 보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를 친환경 상품 출시 원년으로 삼고 빈폴과 에잇세컨즈를 통해 폐 페트병을 가공해 만든 의류 라인을 냈고, LF는 화학 약품을 사용하지 않은 세라미카 소재를 활용한 정장을 선보였다. 이랜드 패션 브랜드 스파오에선 터키의 이스코·키파스라는 자연 친화 원단을 적용한 데님을 내놨다. 비와이엔(BYN)블랙야크, K2코리아, 영원아웃도어를 비롯한 아웃도어 업체들은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재생 섬유로 옷을 만든다. 

새활용 브랜드 래코드의 '리나노 라인'(왼쪽)과 '아카이브 라인'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에프엔시부문) 
새활용 브랜드 래코드의 '리나노 라인'(왼쪽)과 '아카이브 라인'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에프엔시부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일찍이 새활용 브랜드 래코드를 출시해 버려지는 의류에 새 생명을 주고 있다. 계열사에서 나오는 의류 재고 중 새활용에 적합한 의류를 고르고 해체한 뒤 재조합해 제품을 생산한다. 2012년 래코드 출시 당시 코오롱FnC는 연간 40억원에 달하는 재고 소각 비용을 아끼고, 의류를 불로 태우면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은 올해부터 재고 의류를 불태워 폐기하는 대신 인테리어 마감재(섬유 패널)로 다시 선보이기로 했다. 한섬은 그동안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매년 신제품 출시 후 3년이 지난 재고 의류 8만벌(60톤)을 소각해왔다. 한섬은 이번 새활용으로 매년 144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청바지를 염색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방대한 양의 폐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업체도 있다. 통상적으로 청바지 한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4인 가족이 6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수가 버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YN 블랙야크 나우에선 원단을 염색한 뒤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옷을 염색함으로써 배출되는 물을 최소로 줄이고, 정수 처리를 거쳐 오염을 최소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8월 충남 태안군 천리포수목원에 설치한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 재활용 벤치' 위에서 어린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8월 충남 태안군 천리포수목원에 설치한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 재활용 벤치 위에서 어린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화장품 업체들은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고 자원을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순환 경제 실천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세계 화장품 용기 시장에서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매년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는 150억병 이상이 생산되지만,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내용물로 오염되거나, 혼합 물질로 제작돼 재활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초 대한화장품협회와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LG생활건강, 로레알코리아는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선언했다. 

이들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 100% 제거,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사용 30% 감소, 리필(보충) 활성화, 판매한 용기의 자체 회수라는 4대 중점 목표를 제시하고 2030년까지 이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없애기 위해서 포장재를 단일 소재로 만들거나 소재를 단순화하고 투명하게 또는 흰색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재생 원료나 바이오 원료를 쓰고 용기 중량을 줄이는 식으로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사용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경기 용인 수지구 이마트 죽전점 LG생활건강 리필 스테이션에서 직원이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br>
경기 용인 수지구 이마트 죽전점 LG생활건강 리필 스테이션에서 직원이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이런 친환경 행보 일환으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각각 경기 수원 영통구에 위치한 아모레스토어 광교 매장과 경기 용인 수지구 이마트 죽전점에서 샴푸와 바디워시 내용물만 담아갈 수 있는 리필(보충) 스테이션도 운영한다. LG생활건강이 리필 스테이션에서 제공하는 용기의 경우 코코넛 껍질을 사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30% 절감했고,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라벨 또한 재활용 과정에서 물에 쉽게 분리되는 재질을 적용했다.

한편, 국내에선 MZ세대가 친환경적 생활 양식을 주도한다. 소비를 통해 가치관이나 자신을 표현하는 이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재활용, 새활용 기반 제품을 소비하며 에코슈머(생태계+소비자)를 자처한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손잡이가 없고 바닥이 납작한 잔)와 머그컵을 사용하며 생활 습관을 바꾸고, 친환경 운동에 동참해 자신의 소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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