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금융산업 발전
[데스크 칼럼] 금융산업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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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최근 5대 금융지주 수장들을 만났다.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고 취임 전부터 외쳐 그 주제만큼은 이제 식상할 정도였다. 임계치를 넘은 가계부채(최근 1805조원)를 잡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예측은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신임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지주 회장의 첫 회동에서 가계부채와 함께 나온 얘기가 그동안 코로나19로 묶어놓은 대출만기 연장 처리 건이다. 이 폭탄들은 언제 터지게 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그동안 내어준 돈의 급증에도 연체율은 극히 낮다. 모순적이지만 감춰진 것이기에 모순적이라 할 수 없다.

가계부채를 잡아야 할 시기는 이미 수년전이었지만 실기했다. 실기의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돼 있다. 중산층 이하 서민들 -더욱이 실수요자 등- 고통이 따를 것이기에 마음이 아프다. 윗목이 따뜻해 아랫목이 데워질 시간은 구들장이 없어지면서 낡은 논리가 됐다. 혜택을 받기 전에 냉기가 다시 온다.

금융당국의 수장이면 그런 측면에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재무부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몸담았으니 해법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거꾸로 그렇고 그런 해법을 내놓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주지하다시피 금융은 이자로 먹고 산다. 당연한 것이지만 이 구조가 심해지면 금융 매너리즘에 빠진다. 금융이 실물과 따로 놀며 이자 차익으로만 손쉽게 영업하는 행태가 지속된다. 경기가 어려우나 활기가 차든, 코로나19가 지속되든 아니든 금융은 사상최대의 실적을 챙기고 있다. 대외적 큰 충격 등 금융리스크만 아니면 이자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사들이 이자가 아닌 수수료 등 다른 부문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실물과 상생도 하며 진정한 자본의 거듭나기를 가능케 하는 복안이 있어야 한다. 금융산업 발전이다. 포용금융을 강조하다 잃어버린게 없는 지 들여다볼 시점이다.

이번 수장들과의 면담에서 ‘자율성’이 언급됐다. 믿기 어렵겠지만 금융위 설치법에 금융사들의 자율성을 존중한단 구절이 있긴 하다. 그에 따라 금리와 배당 등에 간섭을 안하겠단 취지다. 대신 금융사들이 자율성을 갖고 최대한 현 사안에 대해 협조토록 한다는게 새 당국 수장의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자율성 뒤에 금융사 책임론이 있기에 부담도 되겠지만 잘만하면 금융사로도 혁신을 꾀할 찬스다. 더욱이 빅테크와의 전쟁에서 앞날이 어찌될 지 모르는 금융사에게 당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는 메시지도 내놨다.

이미 카카오페이 등이 광고를 명목으로 관련법을 피해나가던 것을 당국은 금융중개로 유권해석하기 시작했다. 금융의 영역에 혁신의 이름으로 함부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기브앤드테이크(give & take).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당국이 금융사에 주었으면 금융사도 답해야 한다. 그게 우리 당국과의 금융관계도다. 가계부채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부동산만 해도 내돈 아닌 은행 등 금융사 돈으로 사야 하는 구조적 환경에서 속도조절은 리스크를 늦출 순 있어도 이미 절대치가 높은 상황에서 한계가 있다. 코로나19로 누적된 수면 아래 리스크가 하나이고 구조적 문제를 풀기엔 단기적으로 어렵다는 게 둘이다.

고승범 위원장이 금융지주 수장들과의 첫 회동에서 규제완화적 제스처를 내놔 금융사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행위-동일규제’도 내비쳐 그간 소비자보호에 미진해 제재에 직면한 금융사들이 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DLF(파생결합펀드) 징계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비슷한 사례로 제재에 직면한 금융사에겐 희소식이 될 수 있어서다. 1심 재판부는 당국의 징계 행위의 정당성은 인정했지만 그 수위가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란 옛말이 있듯이 규제당국 새 수장과 금융사 회장들이 모인 만큼 부동산 등 자산거품이 계속되고 결국 국가미래가 어둡고 국가경쟁력이 저하되는 일이 없도록 이자차익 중심에서 벗어난 금융산업 발전 청사진을 만들고 차근차근 실행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할 일을 명확히 하자.

김무종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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