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면제'가 국산백신 임상 참여 유인책···실효성 '갸웃'
'입장료 면제'가 국산백신 임상 참여 유인책···실효성 '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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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공공기관 입장료 감면·봉사시간 인정···참가자 모집
4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공급이 늘고 가격은 내려 소비자들이 고를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2, 3상에 접어들며 국산 제품 탄생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임상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해외 백신 투여가 한창인 데다 국산 백신 효과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지면서다. 이에 19일 정부가 임상 대상자 유인책과 보상 제도를 내놨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국산 1호 백신 상용화를 목표로, 올해 하반기까지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과 접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임상 참여자 확보를 위해 증명서 제도를 만들었다.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증명서를 발급하고, 국립과학관이나 국립공연장, 한국문화재재단 같은 공공 기관에서 이를 제시하면 입장료를 깎아주거나 면제해준다. 기존 허가 백신 접종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기준의 백신 휴가를 권고하는 방안도 추진되며, 임상에 한번 참여할 때마다 4시간의 자원봉사 시간도 인정해준다. 임직원이 대규모 임상시험에 참여한 경우나 임상시험 참여자에 대한 유급휴가·출장 처리 제도를 마련한 경우엔 지역 사회공헌 인정기업 심사 가점도 주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혜택 적용 여부와 범위도 다른데, 각 지자체별로 보면 서울에선 서울식물원·서울대공원 이용료 감면, 시립병원 건강검진비 감면, 대중교통·공공자전거 이용료 감면을 해준다. 부산진구에선 추첨을 통한 국내 여행비 지원과 홍보 물품 배부를, 인천에선 시립박물관 기획특별전 도록 무료 증정, 예술단 공연 10~30% 할인을 해준다. 이밖에 각 시는 박물관 무료 관람이나 자연휴양림·스포츠 경기 좌석 할인, 접종 배지 제공을 임상 참여 혜택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 생산 시설을 시찰하며 이상균 공장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월20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 생산 시설을 시찰하며 이상균 공장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일각에선 참여자 혜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입장료 할인은 몇천원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홍보 물품이나 접종 완료 배지로는 효과를 낼지 의문이 든다는 주장이다. 앞서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주도로 백신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 회의를 했을 때 "임상용 백신을 투약했으나 면역원성이 부족하게 형성되거나 위약군으로 배정될 경우 본인이 선택하는 백신의 우선 접종을 보장해주자", "임상에 반드시 참여가 필요한 고령자는 참여 동기가 낮고 보호자 대동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교통비를 비롯한 경제적 보상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부분은 적용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참여자에 대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부작용 발생 땐 신속하게 의료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배상책임보험을 통해 적절한 보상도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임상시험 피해자 보상에 대한 규약과 절차 마련을 위한 가이드라인 상한액 예시 규정 삭제를 통해 보험사와 업체 간 협의·계약으로 보상 한도 확대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개발사를 위해선 국산 백신 허가 기간을 현행 180일에서 40일로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임상 2상 중간결과를 도출하고 임상 3상에 진입할 경우 백신 면역원성과 안전성, 성공 가능성을 고려해 선구매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지원체계에도 임상 참여 의향은 20% 수준이다. 복지부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지난 6월 공동으로 실시한 국산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국산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실제 임상시험 참여에는 소극적인 것 나타났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 응답(필요성 92.3%, 중요성 92.8%, 시급성 87.8%)했지만, 백신 임상시험 참여 의사 있음은 21%에 불과했다. 국가임상시험재단에선 임상시험 의향자 3000명을 모집했지만, 이마저도 몸 상태나 기준에 따라 임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실제 참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연 코로나19 백신 임상참여 웹사이트 (사진=웹사이트 캡처)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연 코로나19 백신 임상참여 웹사이트 (사진=웹사이트 캡처)

국산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은 전통적 방식이 아닌 대상자를 대폭 줄인 비교임상으로 이뤄지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기업 당 4000~6000명의 참여자가 요구된다. 다국가 임상을 하더라도 국내 참여자가 기업 당 1000명 이상이 필요하다. 국산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은 예방접종 상황, 기존의 위약군을 활용한 유효성 방식의 경우 위약(가짜 약)을 투여한 사람이 감염병 상황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윤리적인 한계를 고려해 비교임상 방식으로 추진된다. 

비교임상이란 기존 국내외에서 허가받은 백신과 국산 백신 후보물질을 비교하는 방식을 말한다. 3상을 비교임상으로 할 경우, 전통적 방식의 임상시험에 비해 대상자를 수만명에서 수천명으로 줄여 개발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게 된다. 이달 10일 국내 첫 임상 3상 승인을 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은 위약이 아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효능을 견줘 평가받게 된다.  

한편, 지금까지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국내 개발사는 총 7개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0일 본격적으로 임상3상에 진입했다. 제넥신은 지난 7월 5일 인도네시아에서 임상2·3상을 승인받았고, 유바이오로직스와 진원생명과학도 올해 12월 임상3상 진입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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