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로 끝난 크래프톤 청약···상장 후 반전할까
'소문난 잔치'로 끝난 크래프톤 청약···상장 후 반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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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금 5조, '대어' 가운데 최저 수준···'단일 게임' 리스크·고평가 우려 여전
의무보유확약 비율 22% 불과···신작 성공·글로벌 M&A 등 주가 향방 관건
크래프톤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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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일찍이 주목받아 온 크래프톤이 공모주 청약에서 저조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높은 공모가에 따른 고평가 우려를 불식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약에서의 흥행 부진을 딛고 상장 후 분위기 전환을 이룰지 관심이 집중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이틀간 진행된 크래프톤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7.79대 1, 증거금 5조358억원이 모였다. 첫날 1조8017억원에 불과해 이튿날 기대를 걸었지만, 3조2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복 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대어급 공모주였음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올해 대어급 공모주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80조9017억원)와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198억원)는 물론, 중복 청약이 불가능했던 카카오뱅크(58조3020억원)보다도 10분의 1 수준이다. 같은 기간 청약을 진행한, 64조원을 조달하는 원티트랩(5조5291억원)보다도 낮다.

높은 청약 증거금이 투자자들의 주저 요인으로 지목된다. 크래프톤의 공모가는 49만8000원으로, 청약에 필요한 최소 증거금은 249만원(10주), 3개 증권사에 중복청약을 했다면 747만원에 필요했다.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을 때부터 불거졌던 고평가 논란이 청약 흥행에 발목을 잡았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크래프톤이 제시했던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가 다소 높게 책정됐다고 판단해 상장 일정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크래프톤은 공모가를 10%가량 낮춰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여전히 공모가가 비싸다고 인식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에서도 '공모가 논란'을 의식한 중소형 기관들을 사로잡지 못하면서 기대보다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며 "직전 IPO를 진행했던 카카오뱅크도 똑같이 고평가 이슈가 나왔지만, 60조원 가까이 모인 것을 감안하면 크래프톤의 흥행 참패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제 관심은 오는 10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크래프톤의 주가 향방에 집중된다. 청약 흥행 여부로 상장 후 주가 흐름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예상을 크게 밑도는 결과에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이번 IPO를 통해 크래프톤에 유입되는 자금은 4조3098억원이다. 지난 2010년 삼성생명(4조8881억원)에 이어 사상 두 번째 규모다. 이에 따른 시가총액은 24조3512억원에 달한다. 이날 기준, LG생활건강을 제치고 코스피 시총 15위에 올라설 수 있다. 현재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를 6조5000억원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상한가)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일정 기간 팔지 않고 보유해야 하는 의무보유 확약 비율도 22.05%에 불과한 점이 큰 부담이다. 상장 직후 대규모 물량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크래프톤으로선 일찍이 시달려온 고평가 논란을 불식하는 데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배틀그라운드'에 의존한 '단일 게임' 리스크 극복과 함께 상장 후 신작 발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6704억원, 영업이익 773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6%, 115.4%, 99.5% 증가했다 올 1분기 매출액 4610억원, 영업익 2272억원을 거둬, 영업이익률 49.3%에 달한다. 회사 매출 중 94%(4390억원) 이상은 해외에서 냈다. 하지만 주력 게임 '배틀그라운드'에 의존한 결과로 평가된다. 

최종경 흥국증권 리서치팀장은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가 캐시카우가 된 상황에서 다음 성장을 위해 'AAA'급 신작의 추가적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플랫폼 및 장르를 동시에 다각화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는 이달 중 2차 알파테스트를 진행하고, iOS 사전예약을 시작하고, 10월 초 글로벌 출시 예정이다.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 70%를 M&A에 쓸 예정인 만큼, 글로벌 영토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중동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편, 게임 개발사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에 주력한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독창성과 끊임없는 도전정신, 기술력을 바탕으로 게임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며 "상장을 통해 독보적 글로벌 게임 기업 도약은 물론, 딥러닝과 엔터테인먼트 등 신규 사업에 진출,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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