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무술, 무도 그리고 무예
[홍승희 칼럼] 무술, 무도 그리고 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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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도쿄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 가운데는 한국이 종주국인 태권도가 포함돼 있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에 우슈를 추가했으나 일회성에 그쳤고 현재 도쿄올림픽에서는 가라테가 포함돼 있어 일본이 이를 태권도 대신 정식 종목으로 밀고 있다고 한다.

동아시아 3국이 각자 나름의 고유 무예종목을 내세우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한국의 태권도가 유일하게 올림픽 공식종목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역사적으로 늘 위세의 차이는 있을망정 서로 경쟁하고 경계해왔지만 상호 많은 영향을 주고받은 이 삼국은 그러나 저마다의 역사적 경험이나 문화, 철학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런 차이를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무(武)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닌가 싶다. 그것을 표현하는 단어에서부터 명백한 차이를 보인다.

이를 중국은 무술, 그들 발음으로는 우슈라고 부른다. 그야말로 술(術)로 본다. 단순히 도구로 보는 것이다.

그에 비해 일본은 무도, 그들 발음으로는 후토라 부르는 듯하다. 즉, 도(道)로 삼아 오로지 그 무를 목표로 세운다. 사람 대신 무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요즘 스스로 잃어버린 말이 돼 버렸지만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이를 무예라고 했다. 몸을 무기로 쓰든 혹은 칼을 무기로 삼든 아니면 활을 무기로 들든 그 모두를 예(藝)라 칭했다.

술은 쓰다 버릴 수 있는 것, 도는 그 끝을 향해 외골수로 나아가는 것인데 비해 예는 이미 그 자체로서 궁극에 이르렀음을 선언한다. 바꿔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없이 목표를 정해 나아감으로써 스스로를 소멸시켜가는 것도 아니다. 단지 몸에 익숙해지도록 단련할 뿐이다.

이 표현의 차이는 그 국민들의 삶의 태도로도 나타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3국이 세상을 대하고 신문명, 신기술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나는 듯하다.

19세기 말, 동양 3국의 입지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물론 가장 비참한 처지가 된 것은 이른 개항으로 신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였던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우리나라였지만 주변국끼리 싸움 붙여놓고 스스로의 평안을 구했던 중국도 썩 좋은 꼴은 아니었다. 서양 열강들에게 실컷 물어 뜯겨 기진맥진한 틈에 쳐들어간 일본에 의해 숨통이 끊기기 직전까지 몰렸으니까.

20세기 중반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졌지만 결국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면서 변화의 계기가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 말 뒤집어졌던 각국의 위상은 20세기를 거의 그대로 관통하며 일본의 우위가 계속되는 듯했다.

원자폭탄 2방에 항복한 일본의 전후 사정은 회복의 전망도 잡기 어려울 정도로 초토화됐지만 그때 맞춰 벌어진 한국동란으로 미국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며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 우리 귀에는 매우 불쾌한 소리지만 일본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소식에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았다고 기뻐했다는 얘기가 기록으로도 남아있다.

2차 대전 종전으로 숨통이 끊어질 위기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중국은 다시 국공내전까지 치르며 기운을 완전히 소진했다. 결국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밀려났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중국을 대표하는 외교력을 유지해나가는 사이에 넓은 대륙을 차지한 공산당은 문 걸어잠그고 체력을 되찾는데만 집중했다.

그러던 중국이 소련 견제를 위해 내밀어진 미국의 손을 잡으며 매우 조심스럽게 죽의 장막을 걷고 세상에 나오면서 빠르게 일본과 중국의 입지가 변하기 시작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을 자랑하던 일본이 그 지위를 중국에 넘겨줬고 중국은 그 넓은 영토와 세계 인류의 25%를 차지하는 막강한 인구수로 빠른 성장을 일궈나간 것이다.

일본 식민지는 간신히 벗어났지만 경제적으로는 자립할 기반이 거의 구축되지 못한 채 곧이어 한국동란까지 치르며 그야말로 초토화되어 그야말로 숨만 쉬는 위태로운 처지에서 간신히 회복되어 스스로 걸을 의지가 생기기까지 꽤 오래 걸린 한국은 여러 면에서 성장도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런 한국이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고 시민 주체의 민주주의를 이루고 이제는 문화콘텐츠에 더해 요즘은 K방역, K뷰티, K푸드 등으로 불리는 우리의 소프트 파워가 코리아 브랜드로 세계에 퍼져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무술도, 무도도 아닌 무예를 계승한 한민족의 정신이 세계와 본격적인 소통을 이루고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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