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코로나 블루' 방역하기 
[전문가 기고] '코로나 블루' 방역하기 
  •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muni1017@hanmail.net
  • 승인 2021.07.2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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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내원하는 환자들 대부분 코로나19 사태 이후 살림살이가 팍팍하거나 사람을 만나기 힘들어져 우울감과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소연한다. 심지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 때문에 지나치게 손을 자주 씻거나 가족과 접촉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환자도 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을 합친 말인데, 우울증과 다르다. 코로나 블루는 단순히 우울한 감정을 일컫는다. 반면, 우울증은 의욕저하·불면·불안감 등이 나타나 생활하는 데 큰 문제를 초래하는 질환이다. 

이전부터 만성적 신체질환이 있거나 이미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 경우가 많아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정신적 괴로움을 나누고 달래줄 수 있는 주변 사람이 없어 사회적으로 고립된 분, 코로나19와 관련한 뉴스나 정보에 너무 몰두하는 분, 유언비어·가짜 뉴스를 자주 접하는 분은 코로나 블루를 더 조심해야 한다. 

우울감과 불안감이 계속되면 화를 참아내는 정신적 에너지마저 소진되기 쉽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방역을 지키지 않는 특정 집단이나 사람들 때문에 나까지 피해를 본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게다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스트레스와 분노를 풀 만한 활동에 제약을 받으니 화가 쌓일 수밖에 없다. 지속적이고 심각한 우울감 때문에 학습이나 직장 업무에 문제가 생기거나, 가족이나 친구들 사이의 친밀한 관계에 금이 간다면 꼭 병원을 찾아 치료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의 경우 감염병에 걸렸다는 사실뿐 아니라 격리 치료로 가까운 이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주위 사람들의 비난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에도 시달린다. 격리 상황에선 생각이 많아지고 부정적 감정에 압도되기 십상이다. 

몸은 홀로 있어도 마음은 함께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믿을 만한 주위 사람들과 힘든 감정을 나누거나, 국가에서 운영하는 트라우마센터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겠다. 

정신적으로 힘들면 '나만 이상하다'는 생각에 소외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받고, 누구나 우울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보에 몰두하다 보면 더 큰 걱정과 불안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방역 지침 실천에 집중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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