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MZ/下] 너도나도 'MZ세대發' 체질 개선···"'금융팬덤'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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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카카오뱅크 등 대약진···전통적 금융, 위기감 고조
'플랫폼 고도화'로 승부수···금융권·빅테크 간 경쟁 치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권이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열공' 중이다. 후발주자인 토스, 카카오뱅크 등이 MZ세대를 동력 삼아 초고속 성장한 게 자극제가 됐을 뿐 아니라 MZ세대를 알지 못하면 미래의 생존마저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금융권의 위기감은 현실화됐다.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은 MZ세대의 '폐부'까지 파고 들었다. 그동안 40·50대 고액 자산가를 유치하기 위해 힘써온 시중은행과 달리, 머지않아 핵심 고객층이 될 MZ세대를 공략하는데 집중한 결과다. 대표적인 예로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뱅크 미니(mini)' 서비스가 꼽힌다.

◇카뱅·토스, 편리함·친숙함으로 'MZ세대' 취향 저격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0월 선보인 카카오뱅크 미니는 만 14~18세 전용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본인 명의의 휴대폰만 있으면 현금을 충전·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 신분증이 없어 계좌 개설이 어려웠던 청소년들이 스스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서비스다. 관련 업계 안팎에선 '카카오뱅크 미니'를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서비스로 평가하고 있다. 

보다 일찍 금융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카카오 캐릭터의 인기 등에 힘입어 출시 8개월 만에 85만명의 청소년 고객을 확보했는데, 미래의 주력 고객층을 '금융 팬덤'으로 흡수한 것이다.

지난 5월 가입자가 2000만명을 돌파한 토스 역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가입자 중 60% 이상이 모두 2030세대로, 청소년을 포함해 국내 20·30대의 대다수가 토스 앱(애플리케이션)을 이용 중이다. 무엇보다 토스 앱이 가진 편리성과 친숙함이 MZ세대의 취향과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이 많게는 10여개의 앱을 보유하고 있다면, 토스는 은행을 비롯해 증권·보험·결제 등을 한곳으로 모은 '수퍼(super)앱' 전략을 펼치고 있다. 복잡한 것을 꺼리는 MZ세대의 특성을 감안한 것으로, 차별성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전통 금융사들이 빅테크·핀테크의 이런 행보를 견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MZ세대가 당장 수익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이들이 경제활동의 주류로 올라서는 순간 얘기는 달라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특히 기존 금융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MZ세대가 가진 확장성이다. 이들이 토스나 카카오뱅크 등을 주거래은행으로 삼는 '충성고객'으로 자리잡을 경우 수익 기여는 물론 기업가치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저마다 혁신을 재촉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9일 '2021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MZ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함께 만들자고 당부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9일 '2021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MZ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함께 만들자고 당부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금융권도 '체질 개선' 속도

금융사들이 잇따라 '플랫폼 고도화'에 나선 것도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혁신의 일환이다. 게임 마케팅 등으로 관심을 끌어내고 젊은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움직임이 MZ세대 쟁탈전의 사전 준비 작업이었다면, 플랫폼을 다듬는 일은 핵심 작업이다. MZ세대들의 관심을 붙잡아두려면 간편하고 재미있는 플랫폼 구축이 필수여서다.

KB금융그룹의 '맏형' 격인 KB국민은행은 오는 10월쯤 기존의 복잡한 금융서비스를 걷어내고 핵심 기능만 집약한 새 모바일 플랫폼 '뉴스타뱅킹'을 출시할 계획이다. 자동 로그인을 도입해 불편한 로그인 방식을 뜯어고치고, 모바일 전용 뱅킹에 걸맞은 특화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조용병 회장 직속의 디지털혁신플랫폼 개발 조직 'TODP 추진단'을 신설하고,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플랫폼 서비스 고도화를 준비 중이다. 우리금융그룹의 핵심 자회사 우리은행은 '우리원(WON)뱅킹'에 비금융 서비스를 더해 생활금융플랫폼으로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생활금융플랫폼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모두 MZ세대를 향한 공략점을 고민한 흔적이 뚜렷하다. 이런 저런 기능에 따라 산재된 앱은 하나 둘 합쳐지고 있다.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았던 빅테크처럼 '심플뱅킹'으로 생태계를 전환하는 모습이다.

NH농협은행은 현재 운영 중인 7개 앱을 NH스마트뱅킹·NH기업스마트뱅킹·올원뱅크 등 3개로 단축할 예정이다. 현재 17개 앱을 운영 중인 KB국민은행 역시 앱 통·폐합 작업에 돌입했다.

금융권도 MZ세대를 겨냥한 행보에 속도를 내면서 이들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이런 경쟁이 금융권 속 새로운 물결의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플랫폼 사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위해 고객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출시 이후에도 지속적인 고객 피드백과 이해관계자 관리를 통해 플랫폼을 개선해야 하는 만큼, 플랫폼을 전담하는 애자일 조직을 통해 밀착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젊은 층을 고객으로 확보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어려운 기능을 걷어내고 최대한 쉽게 플랫폼을 구성하는 것"이라며 "MZ세대를 중심으로 금융권과 빅테크들이 끊임없는 경쟁을 펼치면서 디지털 시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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