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한국의 소비생활지표'에서 찾은 디지털시대 열쇠
[전문가 기고] '한국의 소비생활지표'에서 찾은 디지털시대 열쇠
  • 황미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 mjwh@kca.go.kr
  • 승인 2021.06.2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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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황미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직장인 A씨는 코로나19로 시장 가는 횟수가 부쩍 줄어든 70대 부모님께 인터넷·모바일쇼핑으로 각종 먹거리를 선물하는 재미를 붙였다. 그러나 얼마 전 모바일쇼핑으로 부모님께 보내드린 수제 간식 선물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당황한 부모님의 전화 한 통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물 받는 주소를 입력하려면 모바일쇼핑 플랫폼 응용 프로그램(앱)을 새로 설치하라는 안내가 뜨는데, 고령인 부모님은 도무지 그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셨다. 게다가 일대일(1:1) 상담을 앱에서 할 수밖에 없어 부모님께서 진땀을 흘려야 했다.

지난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세계 5위 규모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9년 135조원에서 지난해 161조원으로 불어났다. 올 4월까지 전체 소매 시장에서 전자상거래 비중은 4분의1 이상(27.7%)에 달한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 소비흐름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시장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변화는 익히 예견됐다. 코로나19 유행을 촉매로 향후 5년 내 오프라인 유통과 전자상거래의 역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실시한 '한국의 소비생활지표'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전자상거래 이용자의 3분의1 이상이 소비자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인터넷쇼핑 이용자의 36.1%, 모바일쇼핑 이용자의 31.8%가 소비자문제를 경험했는데, 특히 에스엔에스(SNS)플랫폼쇼핑의 경우 이용자의 49.4%가 소비자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화권유판매(67.1%), 해외직구(50.4%)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전자상거래 소비자문제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데이터 기반 이슈를 탐지해, 새로운 시장 상황 변화에 효과적 대응하도록 정책의 수립·집행 기능을 고도화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 소비자정책의 중기 청사진인 '제5차 소비자정책 기본계획'(2021~2023년)의 정책목표로 '신뢰할 수 있는 거래환경 조성'을 내걸고 국민 소비생활 조사 분석 및 증거 기반 소비자권익 제고를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소비생활지표와 같은 데이터를 토대로 국민 눈높이에 맞춘 소비자정책 수요를 확인하고, 소비생활 여건 개선이 필요한 분야를 찾아내겠다는 뜻이다. 지역별·대상별·소비생활분야별 만족도 향상, 소비자문제 감축 등 맞춤형 소비자정책 추진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촉진하는 접근이기도 하다.

둘째, 공정하고 실효성 있는 분쟁 해결이 중요하다. 소비생활지표에 따르면 교환·환불 및 분쟁 해결의 어려움이 모바일쇼핑(19.1%)과 SNS플랫폼쇼핑(21.3%)의 주요 소비자문제였다. 최근 5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전자상거래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약 7만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사업자 관련 분쟁은 1만947건(15.8%)에 달한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거래는 입증자료가 미흡하거나 판매자의 신원정보가 없어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피해구제율도 58.6%에 그쳤다. 소비자문제의 실효성 있고 공정한 해결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와 요구도 높은 만큼 소비자피해 해결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모니터링과 조기대응이 중요하다.

셋째, 고령자, 저소득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소비자문제 예방을 위해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 소비생활지표 조사 결과 60대 이상 소비자 중 34.8%는 전자상거래에서 소비자문제를 경험했다. 월평균 소득 150만원 미만 계층의 전자상거래에서 소비자문제 경험이 41.7%에 달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소비자는 전례 없는 변화와 도전으로 전자상거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도착한 먹거리로 새벽을 시작하고, 남녀노소가 SNS를 통해 각종 뉴스와 신상품 정보를 접한다. 소비자는 원하는 무엇이든지 전자상거래로 구매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러나 여전히 누군가에게 온라인 세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어느 곳에서 누가 어떻게 접속해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콘텐츠 활용, 개인정보보호, 온라인 자유 등 소비자권익에 커다란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021 소비생활지표' 생산을 위한 한국의 소비생활조사에 디지털 시대 소비생활을 진단하는 새로운 거래유형과 정책요구 관련 문항을 확충해 소비자권익보호 정책 기초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소비자 1만명이 응답하는 소비생활지표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체감형 정책을 함께 모색하고 전자상거래시장의 신뢰성 향상을 위한 새로운 고민의 중심에 소비자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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