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영업점에 누가 가나요"···문 닫는 점포, 짐 싸는 행원
"은행 영업점에 누가 가나요"···문 닫는 점포, 짐 싸는 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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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 9월까지 영업점 80곳 축소
은행 임직원 수, 3개월 만에 1244명 줄어
디지털 전환 속 '몸집 줄이기' 가속화
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비대면·디지털화가 은행권에 '감원 칼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영업점 업무의 대부분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비대면 채널에서 흡수하면서 과거 고육책이었던 은행들의 감원은 상시화된 경향을 띤다.

주요 은행들의 점포 통폐합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은행권이 저마다 디지털 전환을 외치고 있는 만큼, 한동안 점포 축소와 이에 따른 인력 감축이 이어질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오는 9월 안으로 영업점(출장소 포함) 80곳을 축소할 예정이다.

은행별로 국민은행은 9월 초까지 구리종합금융센터, 역삼동종합금융센터 등 영업점 30곳을 통폐합하고, 신한은행도 8월에 13개 점포를 없앤다. 하나은행은 이달 중 16곳을, 우리은행은 이달 2곳에 이어 오는 7월 19곳 등 총 21곳의 영업점을 줄이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수요가 크게 늘고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도 줄어들자 점포 수를 큰 폭으로 줄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5대 은행의 전국 점포 수는 4424개로, 2019년(4640개)에 비해 216개나 줄었다. 2018년, 2019년에 각각 40개 안팎으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점포 폐쇄 규모가 크다.

은행이 빠른 속도로 점포를 줄여나가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폐쇄 전에 사전영향평가 실시를 의무화하고 출장소 전환 등을 우선 검토하도록 하는 등 점포 폐쇄 절차를 까다롭게 했지만, 대면 영업 조직 축소는 지속되는 모습이다.

이런 움직임은 영업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앱에서 대출까지 받을 수 있게 된 요즘엔 굳이 오프라인 영업점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융업으로 발을 넓히는 빅테크와의 경쟁을 위해 디지털 전환에 공들여야 하는 때에 1년에 십수억원씩 소요되는 고정비용은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 점포 통폐합의 트리거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을 줄이면 기존 영업점의 영업력이 집중되기 때문에 되레 경쟁력이 높아진다"면서 "과거처럼 많은 영업점과 대규모 인력이 필요 없어졌다는 점에서 점포 통폐합을 통해 기존 지점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점포 통폐합과 함께 감원 한파도 거세다. 점포 수 축소가 자연스럽게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SC제일·씨티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의 임직원 수는 3월 말 기준 6만6317명으로, 지난해 말(6만7561명)과 비교하면 3개월새 1244명이 짐을 쌌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희망퇴직 등을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은행을 떠난 직원 수는 이미 지난해 숫자를 크게 뛰어넘었다. 은행권의 '몸집 줄이기'가 본격화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이같은 현상이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고용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은행권의 생존전략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점포망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은 단계적으로 연착륙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지만, 시대적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생존전략 중 하나"라며 "디지털 취약 계층과 취약지역의 경우 포용적 금융차원에서 적정 수의 점포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은행권 협의를 통한 공동대응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 드래프트 방식의 점포 폐쇄와 은행 간 공동점포 운영, 은행대리점 제도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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