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2030세대 아파트 러쉬, 지금도 늦지 않았나?
[전문가 기고] 2030세대 아파트 러쉬, 지금도 늦지 않았나?
  • 조수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sy.cho@kbfg.com
  • 승인 2021.05.14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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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사진=KB국민은행)
조수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사진=KB국민은행)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은 약 93만4000건이었다. 전국의 아파트가 약1130만가구임을 감안하면 8.3%가 거래된 것이다. 매년 전체 아파트의 3~5%가 거래되고 있음을 볼 때 작년 한 해 거래량은 확실히 많았다. 특히 수도권(서울과 경기도)의 경우 454만가구 중 37만9000가구가 거래돼 전국 거래량을 다소 웃도는 수준인 약 8.4%가 거래됐다. 가격상승을 동반한 많은 거래량이 있었던 작년 한 해는 주택거래시장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기억될 만하다.

같은 기간 2030세대의 아파트 구매비중이 크게 높아진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비교적 아파트 가격이 높은 수도권의 경우 20대의 거래건수는 1만8000건으로 전년 대비 약 2.16배, 30대는 10만3000건으로 전년 대비 약 1.88배 상승했다. 특히 30대의 거래건수는 과거 거래의 주된 연령대인 40대에 육박하고 50대의 거래건수를 크게 앞질렀다. 소위 '영끌'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거래량을 늘린 2030세대,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고 또 바라봐야 할까?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축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세계 각국은 유례없는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이러한 유동성은 각자가 생각하는 안전자산에 몰렸고 많은 사람들은 아파트 구입에 더 집중했다. 주택임대차 관련법 개정에 따른 과도기적 전세물량 감소도 많은 수요자를 주택구입 수요로 내몬 측면이 있다. 결혼하고 돈을 모아 나이 들어 집을 산다는 평범한 공식을 2030세대는 공감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다른 것들을 포기하더라도 지금 내집 장만을 늦추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크게 확산된 면도 있다. 전반적으로 수요층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조바심은 더 컸고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라도 주택을 구입해야 안심이 됐던 것 같다.

또 하나의 이유로 부동산 가격상승 기대감이 지속된 부분이 있다. 8년간 계속해서 아파트 가격이 올랐음에도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대안이 마련되지 못한 이유가 크다. 더불어 수요는 충분한데 공급이 부족하다는 인식도 한 몫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수도권의 주택인허가 실적을 보면 평균 26만호 수준이다. 2013년 약 17만호로 가장 낮았고, 2015년부터 2016년까지는 약 35만호의 허가실적이 있었다. 이후 계속 21만~23만호 수준의 인허가 실적을 보였는데, 인허가 실적인 만큼 입주까지 2~3년이 소요돼 적어도 2023년까지는 수도권의 공급이 과잉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가격상승 기대감은 보유와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무거워지는 정책의 변화에 맞춰 타인과 거래하기보다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현 정부는 공급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인식을 인정하고 공감했다. 새로운 택지를 지정하고 사전청약을 통해 수요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중점을 두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도 전반적인 재건축 재개발 구역의 빠른 추진을 선언하고 후속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선호도가 높은 서울의 주요 지역과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의 신규 공급을 빠르게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적어도 시장의 공급에 대한 부족인식은 지우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가장 중요한 유동성 장세도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어느 시점에 테이퍼링 등을 통해 이를 조절하겠다는 여럿 징후가 보인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아파트 가격이 결정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또한 시중의 금리, 투자처의 대안에 따라 가격의 등락폭이 변한다. 지금의 가격상승이 계속될 수 없다는 것에 공감한다면 무리해서 집을 장만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여러 이유로 젊은 세대의 아파트 구입 러쉬가 있었고 이들의 선택과 집중을 존중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입하지 않은 수요자가 막연히 혼란 속에서 아파트 구매를 주저하기보다는 조금은 차분히 자신만의 주거마련 전략을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안정적인 정주공간의 마련은 여러모로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주거공간이 꼭 투자대상일 필요는 없다. 1주택을 보유하고 거주하는 주택이라면 가격의 오르고 내림에는 다소 둔감할 필요가 있다. 여러 지역에 다양한 형태로 공급예정인 주택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면 급해지는 마음은 충분히 추릴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해 무리하지 않는 적절한 수준에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택을 구매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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