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부·보험·의료계' 총출동···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놓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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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 전산화 방식 "간소화" vs "강제화"
보험업계·의료계, 정보 주체권·전송권 두고 이견
첫째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은성수 금융위원장. 둘째줄 왼쪽부터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지규열 대한의사협회 보험자문위원,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 (사진=김병욱TV 유튜브 생중계 캡쳐)
윗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은성수 금융위원장. 아랫줄 왼쪽부터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지규열 대한의사협회 보험자문위원,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 (사진=김병욱TV 유튜브 생중계 캡쳐)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청구 방식을 놓고 여야, 금융당국, 보험업계, 의료계의 관심이 뜨겁다.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라 실손보험 청구를 전산화하는 방식이 소비자 편의를 위한 '간소화'라는 목소리가 높은 반면 의료계는 '청구 강제화'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등 국회의원 4명이 공동으로 개최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에서는 김병욱 의원,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은성수 금융위원장,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지규열 대한의사협회 보험자문의원,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개회식과 발표·토론회에서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놓고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대립 구도가 이어졌다. 현재 국회 정무위에서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은 모두 5건인데, 이 법안들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골자로 만들어졌다. 보험계약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일일이 보험사에 전송할 필요 없이 병원에서 보험사에 전자문서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여야, 정부를 대표해 참여한 인사들은 "보험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의료계가 그동안 우려를 표한 정보 누출 문제, 의료기관에 대한 과도한 의무부과 문제 등을 반영해 최근 법을 다시 발의했고 '소비자 편의' 차원에서는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발표에서 "실손보험은 약 3913만명, 국민의 75%가 들었을 정도로 많은 소비자들이 가입한 보험인데 복잡한 청구 절차의 문제로 보험소비자의 정당한 보험금 수령권이 제한돼 왔다"며 "소비자 관점에서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실시된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실손의료보험을 청구했다는 응답자는 통원 32.1%, 입원 57.2%에 불과했다. 다수의 소비자가 실손의료보험 미청구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통원의 경우 금액이 소액이라는 이유(65.6%)가 가장 컸고 시간부담·번거로움(47.4%), 서류발급 비용 부담(22.6%)가 뒤를 이었다.

나종연 교수는 "손해보험협회 조사, 금융위 주관 갤럽 조사 등 다수의 조사에서도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소비자가 상당수였다"며 "청구 전산화를 통해 손쉽게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보편화돼야 소비자의 시간, 노력 비용을 줄이고 보험금 청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실손 청구전산화가 구현되면 국민의 삶에 얼마나 큰 변화가 오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의료기관들이 청구 간소화 서비스와 무관하다고 하지만 의료기관도 실손의료보험에서 보험금을 지급받은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받는 주체로서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은 "실손청구 전산화는 환자가 종이로 받는 서류를 보험사에 보내지 않고, 의료기관이 바로 보험사에 보내주는 간단한 문제"라며 "의료계에서 표명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계가 개인의 민감한 의료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이슈를 제기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로 정보 관련한 처벌규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의료업계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포함된 청구 주체권과 전송 주체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청구는 보험 소비자가, 전송은 보험회사가 주도로 진행돼야 하는데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이 두가지 모두 의료업계가 진행하게 되고 의료기관에 청구를 강제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청구는 개인이 판단해서 행사해야 하는 행위"라며 "청구 전산화가 되면 단기간으로는 소비자에게 좋을지 몰라도 장기간으로 봤을 때 보험료가 올라가는 등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청구 전산화는 보험업법이 개정되지 않더라도 이미 시행되고 있다"며 "원래 보험사가 청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를 의료기관이 하라고 하는 것은 의료기관이 전송 주체가 되라는 의미와 같아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는 "진료 정보라는 것은 환자에 대한 매우 사적인 정보"라며 "절차적인 편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진료 정보에 대한 본인 확인 절차가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기간에게 전송 의무를 법적으로 강제화할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설치하는 병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규열 대한의사협회 의원은 "실손보험의 계약자는 소비자와 보험사이기 때문에 실손보험금 청구에 문제가 있다면 계약자인 보험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현재 의료계가 도움을 주지 않아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비춰지고 있어 아쉽다"고 진단했다.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 대표는 "이번 개정안은 보험가입자에 편의성보다는 보험업계의 이익에 더 중점을 둔 것 같다"며 "민간 보험사들이 환자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보험사 요청에 따라 환자 의료정보 등이 무분별하게 제공될 우려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표=실손보험 공청회 자료집)
(표=실손보험 공청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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