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영욱 상상인선박기계 대표 "세계 최초 LNG선 개조···불가능이란 없다"
[인터뷰] 최영욱 상상인선박기계 대표 "세계 최초 LNG선 개조···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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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망간강 LNG 연료추진 탱크 탑재···인도네시아 민관사업 일환
베트남·미얀마 등 해외시장 선점···조선업 미래 먹거리 확보
"세상에 필요한 기업 되기··최선 다할 것"
최영욱 상상인선박기계 대표. (사진=상상인선박기계)
최영욱 상상인선박기계 대표. (사진=상상인선박기계)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전 세계 조선업계가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규제에 따라 친환경 선박 발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한 중소기업이 세계 최초 일반선박을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으로 개조한다.

이는 내노라는 굵직한 기업들에서 '가능한 일이냐'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지금껏 한번도 시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상상인선박기계의 행보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일 전라남도 광양 율촌 산업단지에서 진행된 서울파이낸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영욱 상상인선박기계 대표이사는 "불가능하다고 단정짓기 전에 일단 도전 해봐야죠. 그것이 저희 회사의 경영철학입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올해 1월 인도네시아 자원공급 기업인 자야 사무드라 까루니아 그룹(PT.JSK)과 1500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쉽게 말해 1만2900DWT(재화중량톤수)급 화물선을 LNG선으로 개조하는 것인데, 선박 위에 고망간강(High-Mn-Steel) LNG 연료추진 탱크를 화물칸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무려 1만2000m³ 용량의 LNG가 실린다. 해당 탱크는 상상인선박기계가 IMO의 환경규제에 대응함과 동시에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직접 제작한 것으로, 이번 개조선을 통해 첫 적용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는 고망간강과 9% 특수니켈강, 스테인리스강, 알루미늄합금 등에 로봇(ROBOT) 용접 기술을 적용해 만들어져 고압 및 극저온 상태에서의 충격 흡수 능력도 우수하다. 

아울러 이번 계약은 현지 정부가 LNG 공급망 인프라 구축을 위해 기업들과 함께 추진하는 민관사업의 일환이자 상상인선박기계로서는 세계 최초 도전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의 경우 항구마다 설치돼있는 육상발전시설을 통해 가스를 공급하는 구조"라며 "최근 환경규제 등 상황에 맞춰 LNG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데 각 항구에는 대형선박이 아닌 중소형 선박만이 들어갈 수 있다"며 수주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업은 우리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적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다음달 중순쯤 화물선이 국내로 들어오면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개조된 LNG선은 인도네시아 내 위치한 각 섬의 항구를 돌며 LNG를 기화해 가정집에 공급하는 터널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인도네시아 외 비슷한 지형국가인 동남아시아에서도 해당 사업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고망간강 LNG 연료탱크를 적용한 개조선 사례는 조선업의 미래 먹거리인 LNG 시장에서 주요 기술로 자리할 수 있는 기점이 될 것"이라며 "향후 성장성이 높은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상상인선박기계 전라남도 광영 율촌공장 전경. (사진=상상인선박기계)
상상인선박기계 전라남도 광영 율촌공장 전경. (사진=상상인선박기계)

◇세계를 놀래킨 '골리앗 크레인'···"세상에 필요한 기업으로"
상상인선박기계는 2009년 썬텍을 모태로 한 상상인그룹의 조선업 계열사로, 조선소 컨설팅 작업을 비롯해 자동화 설비, 크레인 등 선박 구성 부분품을 제조·공급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싱가포르, 러시아,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껏 이뤄낸 성과물 대부분에는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을 만큼 강소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018년 1월, '1만5000톤(t)급 골리앗 크레인' 2대를 완성해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이 크레인은 높이 126m, 너비 180m로 세계 최대 규모로, 순수 국내 기술로만 제작·설치됐다. 당시 싱가포르 주롱조선소로부터 수주한 금액은 1억 달러에 달했다.

최 대표는 "처음 이 제안을 받았을 때 1500t을 1만5000t으로 잘못 표기한 건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가늠하기 힘든 '괴물 프로젝트'였다"며 "당초 워낙 불가능할 것 같은 프로젝트다 보니 주롱조선소 측에서는 '크레인은 최대 중량(1만5000t)의 컨테이너를 들고서는 움직일 수 없다. 다만 물건을 들지 않고는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설계 조건을 뒀었다"고 회상했다.

이에 그는 '세계 최대의 골리앗 크레인을 제작해 설치했는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면 무슨 의미인가' 싶어 오로지 국내 순수 기술만으로 된 사양서를 다시 만들게 됐다. 딱 2개월만이었다.

최 대표는 "직원들과 밤잠을 자지않고 매주 싱가포르를 왔다갔다하며 최선을 다한 결과 총 24개월만에 제작, 설치, 시운전까지 마무리했다"며 "선례가 없던 작업을 한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성장하기 위해선 때론 용기를 가지고 과감하게 도전해야만 했고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최선을 다해 뛰고 달리면 불가능은 없다'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상상인선박기계는 1년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굵직한 수주 일감을 따내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세아제강과 협력해 풍력타워 기초구조물 관련 사업에도 진출했으며 국내 조선 3사와 손잡고 설비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주력사업인 자동화 설비 사업 영역도 확장한다.

아울러 상상인선박기계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 대표는 그의 자서전 '이런 나에게도'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여줬다.

"세상에 필요한 기업이 되는 것이요. 오늘도 최선을 다해 뛰고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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