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부동산 버블과 금융
[홍승희 칼럼] 부동산 버블과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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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양대 지자체장 선거 결과를 가른 핵심 요인으로 주택가격 폭등을 꼽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국내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

그런 만큼 부동산 버블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웃 일본이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30년이 다 되도록 내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보며 한국경제에 대해 염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단순히 빠른 가격 상승만으로 버블이라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이론이 존재하고 있다. 실상 경제성장률, 시장참여자들의 소득증가율이 뒷받침된다면 가격 상승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지난 한해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가 그러했듯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그동안에도 상승세가 유지된 부동산 가격은 분명 비정상이다. 매수능력은 줄어들었으나 가격 상승이 온 일종의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부동산 가격에는 거품이 끼었는가. 버블의 기준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나올 법하다. 통일된 기준은 없지만 시장참여자들의 소득수준으로 합리적인 구매가 가능한가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볼 수는 있다.

분명 현재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아파트 거래가격은 우리사회 중간계층의 평균적 소득에 비해 비싸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어갈수록 주택가격은 비싸지고 결국 자가 소유에 비해 임대거주가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미국에서도 뉴욕의 집값은 매우 비싸고 결국 임대가 일반적 주거양식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부동산 정책의 초점을 어떻게 맞춰서 부동산 버블 붕괴를 예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부동산 가격을 내리겠다는 것은 현실성도 없고 오히려 버블 붕괴를 초래할 위험성만 크다.

일단 올라 있는 부동산 가격은 현실로서 인정하고 이 수준에서 어떻게 동결시켜 안정화를 이룰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일본이 80년대 말 버블 억제정책을 조급하게 시행하면서 버블 붕괴가 시작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일본의 경우 경기가 최고 정점을 찍던 80년대 초 자연스럽게 오르는 부동산 가격이 기업의 일반적 경영수익보다 높아졌고 이에 기업은 본업인 생산 활동보다 가격 상승을 노린 업무용 부동산 및 주식 매입 붐이 일었다. 저금리로 제공된 금융자금들이 기업 생산활동을 독려하는 대신 자산투자로 이어졌고 결국 부동산 버블을 키웠다.

부동산 불패신화는 당시의 일본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에서도 반복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일본을 떠올리며 부동산 버블을 걱정하는 것도 결국 저금리 하에서 금융기관의 경쟁적인 투기적 시장으로의 대출활동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버블을 일으키는 것이 주거목적의 주택 하나 사려는 서민들로 인해 일어나지는 않는다. 금융여신 이용이 용이한 투기세력의 존재가 결국 정부의 규제지역을 피해가며 전국 이곳저곳을 들쑤셔 광풍을 일으키고 끝내는 전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들어가는 실물과 금융의 합작활동의 결과물이 부동산 버블이다.

주식시장에도 버블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공매도가 금지된 시장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위험성이 보이지 않는 수준이라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지금 종목별로는 코로나 국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그중 다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성장 기대가 커서 버블이라 단정 지을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그 중에서도 아파트 가격 상승은 아무리 봐도 골치 아픈 것을 넘어 걱정되는 수준이다. 버블 붕괴 직전인 80년대 말 6대 도시 평균 지가가 3배 이상 급등했다는 일본 수준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정신 빠짝 차려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거품을 무리해서 빼겠다고 덤빌 일도 아니지만 더 이상 가격 급등을 방치하는 것은 더 위태롭다.

일본의 버블 붕괴 당시 금융기관들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사실을 늘 기억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다. 실은 정부 정책보다 더 역할이 큰 게 금융기관이다. 부동산 시장 과열 걱정이 일 때마다 그 원인으로 등장하는 게 다른 투자처를 찾을 수 없는 제2 금융권의 과당 대출 경쟁이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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