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350달러짜리 오스카상
[김무종의 세상보기] 350달러짜리 오스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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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하면 참복 지리에 데쳐 먼저 건져먹고 숙취에 좋다는 인식이 우선한다. 그 ‘미나리’ 제목 영화로 우리 배우가 오스카(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100년 역사가 넘은 오스카에서 처음 있는 일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렇다. 게다가 외국어 영화 부문이 아닌 본선 후보에 올라 수상한 것이다.

오스카상 후보에 드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여우조연상이라니…. 오스카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이들의 면면을 보자. 잉그리드 버그먼, 우피 골드버그, 메릴 스트립, 킴 베이신저, 안젤리나 졸리, 캐서린 지타존스, 틸타 스윈턴 등이 역대 수상자다. 내털리 우드, 제인 폰다, 시고니 위버, 엠마 톰슨, 우마 서먼, 앤 해서웨이, 줄리아 로버츠, 에마 스톤, 니콜 키드먼 등은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 기회를 놓쳤다. 이번에 윤여정 배우와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어맨다 사이프리드(맹크)도 고배를 마셨다.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지난 26일(한국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조연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중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이다.

윤여정 배우는 칠순이 넘었다. 미나리 영화에서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두 시간 총 분량 중 40분이 지난 즈음. 미국에 정착하는 한국인 이민사에서 윤 배우의 관록이 밴 연기가 감칠맛과 감동을 더한다.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이 영화에 영광을 준 것은 미국 아카데미 회원들의 큰 관심과 함께 미국의 지난 역사와도 무관치 않으리라. 미국이란 나라 역시 불모지의 개척 역사다. 그들은 한국인 가족이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보면서 공감대를 느꼈을 것이다.

특히 가족문화와 공동체를 중시하는 한국 특유의 문화에도 적지 않은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

이 영화의 제작사는 '플랜 비(B)', 프로듀서는 그 유명한 배우 브래드 피트이다. 이 또한 미나리가 주목받은 한 배경이라면 배경이지 않을까.

각설하고 윤여정 배우의 수상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의 인터뷰가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최고', '경쟁' 그런 말 싫다. 1등이고 최고가 되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데 모두 다 최중이 되고 같이 동등하게 살면 안 되나.”

모두가 같아야 한다는 공산주의적 발상이 아닌, 경쟁지향 문화보다는 서로 감싸안는 패밀리 문화, 이타 문화의 소중함을 강조한 것으로 필자는 해석한다.

영화 미나리를 보면서 좀더 그의 말이 이해가 갔다. 미나리 곁에서 그는 “어느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가난한 이도 부자도 모두가 먹을 수 있는 미나리.”라고 말한다. 또 엔딩 장면은 이 대사와 연결된다(상세는 생략).

그렇다. 미나리는 미국에서 정착한 한국인 가족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하면서도 이민족과 미국 원주민이 평등하게 공생·공영하는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평등을 강조하는 미국이라지만 여전히 흑인과 아시아 인종 혐오로 한계를 보이지 않는가. 혐오를 넘어 범죄가 되고 있다. 

미나리가 우리의 문화 강국 잠재성을 영화 부문까지 세계에 널리 알리고 그로 인한 자부심도 대단하겠지만 그 보다 사랑·가족 등 인류애의 보편타당성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오스카상의 개당 제작비는 350달러에 불과하지만 미나리의 오스카 수상 의미는 남다르다. 수상자도, 시상자도 모두의 영예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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