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성 암 발병 잇따르자···정부, 철강제조업 첫 역학조사
직업성 암 발병 잇따르자···정부, 철강제조업 첫 역학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업안전보건硏, 3년간···산재 인정 기준·개선안 활용
노조 "획기적 전환점 돼야···하청노동자 보호도 필요"
(사진=주진희 기자)
(사진=주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최근 직업성 암에 걸린 포스코 노동자들의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가 국내 철강제조업을 대상으로 3년에 걸친 조사에 착수한다. 

포스코와 같은 철강제조업을 대상으로 집단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하 공단)은 직접 주관 하에 포스코와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집단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해당 조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는 역학조사 실시요건인 '직업성 질환의 진단 및 예방, 발생 원인의 규명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포스코 제철소에서 근무한 다수의 노동자들이 폐암, 악성중피종 등에 걸림에 따라 제철업 작업 환경에 문제가 없는지 규명하기 위한 조치라고 봤다.

앞서 지난해 12월경부터 일부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는 포스코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각종 암 발생을 주장하며 집단 산재신청·전수조사 등을 촉구해온 바 있다. 제철소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석탄 분진과 석면 등 장기간 노출돼 폐암 등 발병 위험도가 커졌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후 2월 22일 열린 국회 산재청문회에서 ㈜포스코의 건강실태 및 작업환경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제기됐고, 공단은 역학조사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집단 역학조사 실시를 결정했다.

이번 조사는 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올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3년간 진행된다. 대상은 협력업체를 포함한 포스코 제철소 소속 근로자와 1차 철강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와 예방의학전문의, 산업위생전문가 등 공단 소속의 박사(급) 연구원 17명이 조사인력으로 투입된다.

구체적으로 암 등 직업성 질환 발병 위험도 추정과 정밀작업환경측정·평가 등 두 분야로 나눠서 진행된다.

연구원들은 고용보험 가입내역과 인사자료를 국민건강보험자료, 국가암등록자료와 연계해 질환 발병 위험도가 높은지 일일이 평가할 예정이다. 또 현재 작업환경 중 유해요인 발생수준을 측정·평가한 후 과거 노출실태, 개별 역학조사 자료 등을 검토, 과거와 현재의 작업환경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역학조사 결과는 직업성 질환 유발물질 파악과 질환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제철업 종사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인정 등 보상근거로 활용되며, 이를 토대로 제철업 근로자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김은아 공단 연구원장은 "이번 집단 역학조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고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조사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풍부한 현장경험과 연구능력을 겸비한 연구진으로 조사반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제조업종의 보건관리 개선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7일 성명서를 통해 "현재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동단체에 접수되는 직업성 질병 사례는 포스코 정규직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다수의 하청노동자도 포함돼 있다"며 "특히 하청노동자는 포스코의 위험작업 외주화로 인해 다수의 노동자가 사전예방과 사후대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역학조사를 1차 철강제조업 노동자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더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에서 작업하는 2차, 3차 노동자와 플랜트 건설노동자, 촉탁직 및 계약직 노동자로 대상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119 관계자는 "최초의 역학조사가 모두의 희망대로 철강제조업 직업성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과 산업재해 인정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이번 공단의 집단 역학조사 실시에 대해 성실히 협조할 것이며 역학조사 결과 문제점이 확인되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