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아바나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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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스트로가 권력을 내려놨다는 소식에 "그분이 아직도 살아계셨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실상은 그 동생이 뒤를 이어 최근까지 권력의 핵심 자리에 있었고 권좌에서 내려온 것이다. 혁명의 아이콘, 카스트로는 그렇게 형제를 이어 오랜 기간 사회주의 체제에서 독재의 자리에 있었다.

지난 19일 쿠바 수도 아바나 공산당 대회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총서기직으로 선출되고 전임자인 라울 카스트로 전 총서기가 물러났다. 2018년 국가평의회 의장에 이어 당수 자리까지 디아스카넬이 맡게 되면서 62년의 ‘카스트로 형제 통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디아스카넬은 2018년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인연을 맺기도 한 인물이다.

피델 카스트로는 2016년 4월 전당대회에서 고별사를 한 지 7개월 만에 세상을 떴다. 90 평생에 52년을 권좌에 있었으니 왕족 아닌 인물로는 세계 최장기 집권 기록이란다.

쿠바는 1959년 친미 독재 정권이 무너지고 피델 카스트로(1926∼2016)가 총리로 집권을 시작했다. 그는 정치 세력을 혁명군과 공산당, 국가평의회로 삼분한 뒤 군은 동생인 라울에게 맡기고 본인은 공산당과 국가평의회를 지도하며 31년 동안 국가수반 역할을 했다.

카스트로의 집권 하면 ‘혁명’이 떠오른다. 혁명은 구질서의 파괴, 새로운 시작이 연상된다. 쿠바 혁명은 카스트로에 대한 여러 평가 가운데 중남미 국가에서 외세에 의존하는 한계가 아닌, 독립적인 혁명 때문에 의미 부여가 가능했을 것이다.

좀더 자세히 당시 상황을 보면, 쿠바혁명은 미국이 스페인을 제압하고 중남미에 대한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는 시기였다. 쿠바의 독립은 다른 중남미보다 늦었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독립이 대부분 1820년대에 이뤄진 것과 달리 쿠바 독립은 1898년이 돼서다. 하지만 유니크한 점이 있다. 바로 민중에 의한 반식민지 혁명이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중남미 확장은 결국 1898년 쿠바 아바나에서 스페인과 전쟁이 일어나면서 본격화된다. 이에 승리한 미국은 쿠바의 실질적 지배권을 장악했고 덤으로 괌과 푸에르토리코를 얻었다. 또 필리핀도 2000만달러에 식민지로 매입했다.

그 결과 플랫 수정안에 따르면 미국은 쿠바 내 해군기지를 장기임대할 수 있고 쿠바는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동맹관계를 맺을 수 없다. 쿠바는 명목상으로만 공화국이었다. 이런 종속적인 관계에서 카스트로는 1959년 혁명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다. 쿠바 혁명의 의미는 반식민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민중이 혁명을 통해 역사의 주체로 등장한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희극 ‘태풍’에 나오는 칼리반적 전환이다. 자신의 땅을 빼앗기고 억압당하던 데서 벗어나 스스로 자기 땅의 주인임을 자각하는 칼리반에 비견된다.

카스트로가 집권해 온 쿠바는 행복했을까. 표면적으로만 보면 지금 쿠바 상황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 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불행하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부탄은 2010년 영국 신경제재단(NEF)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경제력과 행복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쿠바가 불행했다고 할 수도 없다. 언젠가는 쿠바에 가 그들에게 묻고 싶다. 행복했냐고? 카스트로는 어땠냐고? 전년 같은 조사에서 쿠바의 행복지수는 세계 7위였다(미국 114위, 한국 68위).

우리에게도 혁명이 있었다. 우리 역사는 혁명의 점철이다. 가장 최근 혁명은 ‘촛불’이다. 촛불의 의미는 비상식에 맞서는 통합과 연대에 있다.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불의에 맞선 것이다. 보수도 등을 돌렸다. 

그런데 이 촛불에 대한 해석이 특정 세력에만 이용된다면,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물러난 카스트로 형제를 보며 다음에 이어질 우리 혁명이 궁금하다. 부동산·교육·복지 등 혁명이 필요한 곳이 넘쳐난다. 대의만 아닌 실행력이 필요하다. 혁명 주도세력의 기득권 아닌 진정성도 요구된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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