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세계 주요국, 금융위기 때보다 고용 부진"
한은 "세계 주요국, 금융위기 때보다 고용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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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경제 포커스 "언택트 중심 新경제 구조 대비해야"
"향후 1~2년 고용 개선···코로나19發 생산·소비 변화는 제약 요인"
주요국 취업자수(왼쪽부터), 취업자수 감소율, 성장 대비 고용 감소 지표. (사진= 한국은행)
주요국 취업자수(왼쪽부터), 취업자수 감소율, 성장 대비 고용 감소 지표.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은 세계적으로 고용상황이 과거 금융위기와 비교해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백신 보급에 따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진정되면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고용환경·경제구조의 변화는 고용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장기적 고용 확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 교육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18일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주요국 고용 상황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이번 보고서는 고용지표가 향후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라 나온 것이다. 지난 2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고용목표 달성하는 데에 '강한 책임감(strongly committed)'을 느낀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현재 주요국 고용상황은 경제활동이 재개된 이후 상당 부분 회복됐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욱 부진한 상황이라고 한은은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취업자수는 감소폭이 지난해 4월 -7.8%(3381만명)에서 12월 -3.1%(1339만명) 수준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여저히 금융위기 감소폭(최대 -2.8%)을 상회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감소폭이 컸으며 업종별로는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서비스업의 취업자수 감소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최근 들어 고용 개선세가 다소 주춤해진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고용이 서비스업 경기에 연동하는 가운데 겨울철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되면서 회복이 지연됐고, 유로지역에선 최근 코로나19 재확산과 함께 별다른 개선세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의 채용계획도 활발하지 못하다. 글로벌 '업황PMI(구매관리자지수)'는 기준치를 상회하지만, 글로벌 '고용PMI'는 기준치를 횡보하는 데 그쳤다.

노동시장 이탈이 확대된 가운데 장기실업 및 영구해고가 증가하면서 경력단절, 구직의욕 상실 등으로 실업이 고착화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한은은 "통상 경제활동참가율은 경기침체기에도 안정적이지만, 지난해 금융위기(-0.6%p) 대비 크게 하락(-0.9%p)하고, 최근에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향후 고용회복이 △보건위기 완화에 따른 경제활동 정상화 △고용지원 제도 축소 △영세업체의 위축 △생산방식 및 소비형태 변화 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1~2년 이내 단기적으로는 백신 보급에 따라 감염 우려로 위축된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고용 개선세가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노동집약적 서비스업 및 저임금·단순직을 중심으로 노동수요가 회복되는 것도 경기회복의 고용유발효과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고용개선 흐름에 제약이 될만한 요인도 적지 않다. 중장기적으로는 팬데믹으로 휴업 중인 영세업체 중 일부는 영업재개에 실패하면서 고용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팬데믹 이후 재무적 기업파산은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오히려 줄었지만, 이동제한 및 업황 악화로 폐업하거나 휴업 중인 영세업체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식당의 경우 현재까지 17%가 장기 휴업하거나 영구 폐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흐름은 대기업 시장점유율을 확대시키나, 이들 기업의 노동 투입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온라인 서비스 경쟁력이 중시되면서 하이테크기술력을 보유한 대형기업의 비교우위가 더욱 강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아마존 등 소매업종 대형기업은 노동수요가 많은 점포 운영 대신 자본투입이 많은 대형 물류시설 구비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생산방식 및 소비행태의 변화도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먼저 재택근무 확산 및 노동절감형 자동화 투자 확대로 종전 일자리가 상당폭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기업의 절반 이상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노동력 절감 투자가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조사됐다. 넷플릭스,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소비 확대 역시 대면서비스업의 노동수요를 더욱 축소시키고 있다.

한은은 단기적으로 서비스업 정상화 흐름은 이어지겠지만, 길게 봐선 경제구조 변화 등으로 고용 회복 흐름은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여전히 고용지표는 금융위기 수준을 밑돌고 있는 데다 재택근무, 자동화, 온라인 소비 등의 요인으로 장기적 고용 회복 흐름은 더욱 제약을 받을 전망"이라면서 "장기적 고용 확대를 위해선 새로운 경제 구조에 맞춰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혁신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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