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늘어가는 글로벌 경영의 함정들
[홍승희 칼럼] 늘어가는 글로벌 경영의 함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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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은 늘고 있지만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최근 국제정세는 각자도생의 기류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부터 시작된 일이기는 하지만 이번 전염병 사태는 그런 흐름을 더 뚜렷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글로벌 경영에 나선 기업들의 위험부담 또한 커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기회라면 기회일 수도 있지만 자국 이기주의가 팽배해 갈수록 기업들의 행보에 걸림돌도 늘어갈 수밖에 없다.

의료용품 부족 상황에서는 다른 나라로 갈 것들을 가로채기 하거나 백신의 과도한 선점 경쟁 등 팬데믹 상황에서 보다 극적으로 나타나기는 했지만 그게 아니어도 불안감이 큰 국가들일수록 더 이기적 행태는 극성을 부릴 것이 분명하다. 그 불안은 국가 단위에서도 나타날 수 있고 국민 개개인에게서도 드러날 수 있다.

현재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활동이 극히 제한된 나라일수록 실직으로 인한 개인 삶의 위기감은 극대화돼 사회적 불안이 증대될 수밖에 없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국민의 숫자가 줄어들고 본능적 두려움에 내몰리는 대중의 수는 늘어가며 이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던 발작적 행동들을 보이기도 한다.

미국 국회의사당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보며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미국의 지도층은 부끄러움을 느꼈다고도 했지만 실직이 우리보다 수월하게 일어나는 미국의 기층 대중들은 삶의 절박함이 이성을 날려 버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전염병으로 죽으나 굶어죽으나 매한가지라며 정부의 방역대책을 무시하는 체념적 행동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며 이득을 취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들은 지치고 불안한 대중들의 분노를 자극하며 그 마이너스 감정을 배타적 혐오감정으로 이끌어간다. 사회적 약자에게 더 약한 자를 공격하도록, 또는 약한 국가를 공격하도록 선동한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는 대중이 많은 나라는 그만큼 사회적 불안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요즘의 일본을 보면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더 잦아진 지진 등으로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이 어지간히도 커졌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그들이 보이는 혐한, 나아가 개도국 출신 이주 노동자에 대한 혐오 등이 더 자심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일본의 히스테리는 최근 자국 통신망을 장악한 네이버 일본 자회사 LINE에 대한 공격으로도 나타났다. 한국계 회사가 데이터센터를 자국에 두지 않고 한국에 두었다는 이유, 중국인을 참여시켰다는 이유만으로 곧 자신들의 정보가 노출된 것처럼 발작적인 반응을 보였다.

혹자는 이에 대해 LINE을 제2의 카를로스 곤으로 만들기 위한 셋업범죄의 냄새가 난다는 과도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정말 그렇다면 일본이 중국 공산당의 기업 먹기를 배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불공정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큰 시장을 기대하며 중국에 투자했던 많은 해외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발가벗겨진 채 탈출한 사례들이 많은 것은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긴 부분이긴 하다. 그런데 근래에는 자국 개인 기업들조차 국영화시키는 사례들이 발생하며 경제는 자본주의로 간다던 중국이 여전히 공산주의의 틀에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그런데 이게 일본이나 중국의 문제로 그칠 것 같지는 않다. 각종 특혜를 주며 끌어당기던 나라들일수록 위기가 닥치면 역시 외국기업이라 팽 당할 위험이 요즘 같은 국제사회 분위기에서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심화될수록 전략적 품목의 교역에 잦은 브레이크가 걸릴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 기업들은 일본의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금지라는 날벼락을 경험하고 또 사드배치 이후의 한한령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어본 터라 잘 대처해나갈 것이다.

그러나 이미 국제정세는 나날이 불안해져나고 한국의 기업들은 많은 견제를 당할 정도로 커졌기에 그 앞길에 더 많은, 그리고 더 위험한 함정들이 기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다행이라면 이제까지는 느닷없이 당한 일들이었다면 앞으로 국제정세가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상황이 닥쳐도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더 치밀한 대책을 마련해 나갈 수 있지 않겠나 싶기는 하다.

대한민국은 국가도 기업도 많이 성장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견제를 받을 테고 또 이를 의연하게 헤쳐 나가겠지만 그렇다고 걱정과 염려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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