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삼성, 제 살 깎아 '신세계 주기'(?)···일감 개방 선언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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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점유율 상위 5·6위 신세계·풀무원, 삼성 급식 2곳 운영사 선정
공정위 대기업 단체 급식 개방···'독립·중소기업 새로운 기회' 기대난
단체급식 (사진=공정거래위원회)
단체급식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수원사업장과 기흥사업장 내 사내식당 2곳을 외부 급식업체 경쟁입찰을 통해 '신세계푸드'와 '풀무원푸드앤컬처'에 개방했습니다. 그간 삼성전자의 사내식당은 삼성그룹 총수 일가가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의 완전 자회사 '삼성웰스토리'가 도맡아왔는데 이를 외부업체에 개방한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삼성을 비롯, 8개 대기업과 함께 계열사에 몰아줬던 구내식당 일감을 개방하기로 선포한 지 약 10일이 채 안 된 시점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공정위의 일감 개방 취지에 공감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결과가 일감 개방을 통해 그린 공정위의 청사진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공정위는 지난 5일 삼성, LG, 현대자동차, CJ, 신세계 등 8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모아 25년 가까이 계열사에 몰아줬던 1조2000억원 규모의 대기업 단체 급식의 일감 개방 선포식을 진행했습니다.

대기업 계열사 중심으로 독과점화하며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받아 온 단체 급식 시장을 외부에 개방, 굳어진 내부거래 관행을 탈피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취지였는데요. 이를 통해 단체급식 업을 영위하는 독립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뒤따랐습니다.

이에 동참을 약속한 이들 기업은 경쟁 입찰 도입을 통해 독립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공존과 상생의 거래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또 일감 개방 시 지방의 중소 급식업체 등을 우선 고려하거나 직원들이 인근 자영업자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적극 검토해 나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당시 선포식에서 "일감 나누기는 '제 살을 깎아 남에게 주는 것'으로 아주 힘들고 고단한 과정임을 알고 있다"며 "일감나누기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상위 상생이기도 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시 삼성전자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삼성전자가 '제 살 깎아 남에게 주는 심정'으로 일감을 나눈 기업은 앞서 언급했듯이 신세계푸드와 풀무원푸드앤컬처입니다. 삼성전자는 입찰에 참여한 20개 업체에 대해 서류 심사를 비롯, 프레젠테이션, 현장 실사, 임직원 음식 품평회 등 '엄격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이들 업체를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유시장경제 속에 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된 결과를 부정할 순 없지만 두 기업 모두 단체 급식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상위를 점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신세계푸드의 경우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상위 5개사에 포함될 뿐 아니라 신세계그룹의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한 기업으로 공정위의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풀무원 푸드앤컬쳐의 경우 시장 점유율 6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8개 대기업 CEO가 한데 모여 '공정과 상생의 거래 문화'를 약속했던 선포식이 무색해지는 결과로 보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라면 현대 사업장 급식을 삼성웰스토리가, 신세계 급식을 현대그린푸드가 나눠 가지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며 "이 같은 모습이 정부가 일감 개방을 통해 그린 모습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공정위 측의 반응이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업체를 선택하지 말고, 경쟁 입찰을 통해 모두에게 일감을 개방하자는 취지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순 없을 것"이라며 "개방하는 곳의 규모라든지 고객 만족도(직원 테스트 등)를 고려해서 최적의 업체를 선정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가 설명한 중기에 개방된다는 것은 점차 여러 형태의 사업장들이 개방될 때 지역의 작은 규모 사업장의 경우 중기 업체들의 참여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라며 "발주 업체도 다양한 업체들에 대해 공급 규모, 고객 만족도 등 다각도로 판단해 만족할 만한 곳을 선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전자 단체급식 운영사로 최종 선정된 신세계푸드와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약 한 달 반 동안 고용 승계, 업무인수 등을 마친 후 6월 1일부터 운영을 시작합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규 업체에 대한 임직원 만족도와 운영상 보완점 등을 검토 후에 다른 사내식당에 대해서도 경쟁입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향후 개방되는 단체급식 일감의 운영사가 경쟁입찰을 통해 어느 업체로 선정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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