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올해 노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신축 아파트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주요 후보들이 부동산 규제 완화를 내세우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통계(5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의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누적 기준 1.2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값은 0.70% 상승에 그쳤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위치한 동남권이 1.60% 상승률을 기록하며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동북권 1.19% △서남권 1.17% △서북권 0.95%, △도심권 0.91% 등의 순이었다.
구별로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노후 아파트가 있는 지역들이 모두 집값이 올랐다. 송파구가 1.64%로 가장 많이 올랐고 △강남구(1.33%) △마포구(1.32%) △서초구(1.30%) △양천구(1.29%) △노원구(1.25%) 등의 순이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1978년에 입주한 단지로 올해 준공 44년째다. 전용면적 82.51㎡가 지난달 5일 26억8100만원(8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1월 23억원(3층)보다 4억원가량 올랐다.
강남구에서는 조합설립 인가를 앞둔 압구정3구역 현대2차 전용 198.41㎡가 지난달 5일 63억원(7층)에 신고가를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52억원(14층)보다 11억원 뛰었다. 이 아파트도 1976년 준공된 대표적인 노후 아파트다.
1973년 준공해 재건축을 앞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06.25㎡의 경우 지난해 12월 37억원(5층)에서 지난달 11일 45억원(2층)에 거래되며 3개월 사이 7억원이 올랐고, 지난해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6단지(1986년 준공) 95.03㎡는 지난해 12월 19억원(2층)에서 올해 2월 21억8000만원(12층)으로 값이 올랐다.
보통 신축 아파트가 노후 아파트보다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지만, 노후 아파트는 '재건축 가능성' 등 가격 급등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최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여야 유력 후보가 '재건축 완화'를 내세우면서 이러한 기조가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안전진단 강화 정책 등 재건축 규제를 받던 단지들이 최근 선거를 치르면서 '규제 완화'에 기대감을 갖게 됐다"며 "재건축 가능성이 있는 단지의 매물을 중심으로 호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