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안보고서②] 기업 41%가 이자 감당 못해···코로나 여파로 차입증가
[한은 금안보고서②] 기업 41%가 이자 감당 못해···코로나 여파로 차입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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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안정상황(2021년 3월)' 보고서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위축으로 차입이 늘면서 기업의 전반적인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고, 기업 간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기준 기업 41%가 영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유동성 경색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산되면서 향후 실물경제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기업 부문간 회복속도가 차별화될 경우 기업의 채무상황능력 개선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1년 3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중 국내기업의 이자지급능력을 평가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평균 4.4배로 전년(4.1배)대비 소폭 상승했다(개선). 이 배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이자부담능력이 양호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초저금리에 따라 대출금리가 하락하는 등 차입비용 감소가 이자보상배율 개선의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코로나19 기간 중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한 타 업종의 평균 이자보상배율 3.1배로 나타나 전년(3.4배)보다 하락하며 악화됐다. 

원금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차입금상환배율(차입금/EBITDA)은 평균 3.0배로, 차입 규모가 확대되면서 전년(2.8배)대비 소폭 상승했다(악화). 이 배율은 낮을수록 기업의 원금상환능력이 양호하다는 의미다. 전기전자 제외 시 차입금상환배율은 4.2배까지 상당폭 상승한다. 타인자본 의존도를 의미하는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은 평균 79.0%로, 2018년 이후 오름세(악화)를 지속했다. 한은은 "지난해중 기업의 채무부담이 증가세를 지속한 가운데, 수익성 저하 등으로 기업의 전반적인 채무상환능력은 상당폭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금융지원이 기업 채무상환부담을 줄여주고 있으나, 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등 기업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은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40.7%로 전년(36.1%)보다 4.6%p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다는 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차입금상환배율 5초과 혹은 0미만 기업 비중은 2019년 42.4%에서 지난해 46.1%로 증가했다. 차입금상환배율이 5를 초과한다는 것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대비 차입금이 5배가 넘어 기업의 현금흐름보다 부채가 과도하다는 뜻이다. 0미만 기업은 수익이 안 난다는 것으로 상환능력취약 기업을 의미한다.

한은은 이자보상배율, 차입금상환배율, 부채비율이 기준치(각각 1 이상, 5배 이하, 200% 이하)를 모두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을 '상환위험기업(이하 위험기업)'으로, 2개 이상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을 '상환위험주의기업(이하 주의기업)'으로 분류했다. 2007~2019년중 실제 부도가 발생했던 기업들의 부도 발생 직전 7년간의 재무지표 변동패턴을 분석한 결과 기업들은 부도 2~5년전에 △이자보상배율 1 하회 △차입금상환배율 5배 초과 △부채비율 200%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춰보면 지난해 위험기업 비중은 전체 대상기업(2175개)의 6.9%로 전년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위험기업이 보유한 금융기관 여신(이하 위험여신) 비중은 전체 대상기업 여신(403조8000억원)의 10.4%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주의기업 비중은 36.8%, 주의기업이 보유한 금융기관 여신(이하 주의여신) 비중은 40.9%로 각각 전년대비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여행 위축, 대면서비스 부진 등 영향으로 항공, 숙박음식 등에서 위험기업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위험여신 비중은 기업별 여신 규모가 큰 기계장비, 조선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한은은 올해 중 코로나19 장기화 여부 및 기업 실적 회복 양상에 따라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위험 기업 및 여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기업 부문의 전체 실적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기본(Baseline) 시나리오에서 매출액증가율은 7.2%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세가 업종별로 불균등하게 나타나는 불균등 회복(K-shape) 시나리오에서 매출액증가율은 1.1%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실적 부진이 부진 지속(Adverse) 시나리오에서 매출액증가율은 5.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기업실적이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기본 시나리오에서 위험기업 및 여신비중은 각각 5.3%, 5.2%로 전년(각각 6.9%, 10.4%)대비 크게 하락(각각 -1.6%p, -5.2%p)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회복세가 차등화되는 불균형 회복 시나리오에서는 위험기업 및 여신 비중(각각 6.7%, 10.1%)의 전년대비 하락폭(각각 -0.2%p, -0.3%p)이 제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부진 지속 시나리오의 경우 경우 위험기업 및 여신 비중(각각 8.1%, 16.6%)이 전년보다 상승(각각 1.2%p, 6.2%p)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한은은 금융지원 조치의 정상화 또는 금리 상승 등으로 평균 이자비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높아지는 경우, 재무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한 기업 중 일부에서 이자상환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재무지표가 악화되면서 위험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설명했다. 한은은 "금융지원조치 종료 등으로 기업의 이자부담이 늘어날 경우 위험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금융지원조치 정상화 시 취약 부문의 신용리스크가 한꺼번에 현재화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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