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명암上] 힘 세진 소비자···'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나
[금소법 명암上] 힘 세진 소비자···'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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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말 그대로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되는 만큼, 금소법이 소비자 권익 신장뿐 아니라 연이은 사모펀드로 인해 무너진 금융권 신뢰 제고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금소법의 주된 역할은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별 금융업법으로 규율하던 규제를 기능별 규제로 전환하고, 소비자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 자료열람요구권 등 권리가 새로 부여된다는 점이다.

◇불완전판매 안 돼···소비자에 '세 가지 권리' 부여 

먼저 모든 금융상품에 대해 상품별로 정해진 기한 내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현재 보험 상품 등 일부 업종에서만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금융상품으로 범위가 넓어진다. 철회 가능 기간은 상품별로 다르다. 대출성 상품은 14일 이내, 보장성 상품은 15일 이내, 투자성 상품은 9일(자본시장법상 숙려기간 2일 포함) 이내에 철회권을 행사해야 한다.

아울러 불완전판매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해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인 '위법계약해지권'도 행사할 수 있다. 금융사가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금지·광고규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계약일부터 5년 이내 또는 소비자가 금융사의 위법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금융상품 판매 행위를 깐깐하게 제한해, 불완전판매를 예방하려는 취지다. 소비자가 금융 상품 명칭과 법 위반 사실이 기재된 계약 해지 요구서를 제출하면, 금융사는 10일 이내에 해지 요구에 대한 수락 여부를 통지해야 한다.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해지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자료 열람 요구권'도 신설됐다. 소비자가 분쟁조정이나 소송 등을 목적으로 금융사에 관련 자료 열람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금융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 금융사에는 계약 체결·이행 자료, 광고, 내부 통제 자료 등을 기록·유지하도록 했다.

특히 금소법 시행 이후에는 손해배상 입증 책임 당사자가 소비자에서 금융사로 전환된다. 그간 불완전 판매 등으로 인한 소송을 할 때 소비자가 판매자의 잘못을 증명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금융사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소비자는 더이상 금융 분쟁에 머리를 싸맬 필요 없이 손해배상만 청구하면 된다.

◇시행세칙 아직···당분간 업계 혼선 불가피 

소비자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는 점에서 금소법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소화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금소법 시행으로 인한 혼선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도입 취지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이 법을 제대로 체화할 수 있느냐가 문제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업계 준비기간을 고려해 내부통제기준·금융소비자보호기준 마련의무 관련 규정과 금융상품판매업 등 업무 관련 자료의 기록 및 유지·관리·열람 관련 의무, 핵심설명서 마련 등의 시행을 6개월 늦췄다. 이외 규정들은 오는 25일부터 바로 적용된다.

변곡점을 하루 앞뒀음에도 아직 시행세칙은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1년가량의 예고기간이 있었지만, 금소법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절차나 서식 등을 정해놓은 내부규정이 제시되지 않은 것이다. 금융권이 금소법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이에 금융권은 당국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6대 판매규제 적용을 위한 기존 판매절차 재수립 및 이에 따른 전산시스템 구축 등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세부 권리행사 관련 요건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위법계약해지권의 보상 범위가 모호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금융상품별로 중도해지 수수료가 다른데, 금전적 보상 범위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조치가 늦어질수록 금융사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면서 "내부 통제를 강화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실무에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오는 9월까지 6개월간 계도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권이 불확실한 금소법을 우려해 몸을 낮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영업위축으로 인해 소비자 선택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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