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인플레이션 압력 '일시적'"···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일축
이주열 "인플레이션 압력 '일시적'"···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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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분출된 탓"
"코로나19 이후 경제구조 전반에 큰 변화"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제유가와 식료품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에 대해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렸던 수요(pent-up demand)가 분출된 경우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는 있겠으나,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이나 유동성 조절 등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라며 일각의 조기 금리인상론에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 총재는 24일 최근 주요 이슈에 대한 출입기자단과의 서면 답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전망치(1.3%)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물가안정목표 수준(2%)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에도 1%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유가 상승폭이 확대되고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서 1%대로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공급충격에 더해 세계 중앙은행들이 전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시중에 돈을 대거 푼 것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다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급등 현상에 불과하다는 게 이 총재의 뜻이다. 그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흐름에 대해 "2분기(4~6월) 중에는 지난해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1%대 후반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하반기에도 대체로 1%대 중후반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물가 전망에 기초해 보면 지금은 인플레이션 확대를 우려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최근 금융·경제 여건을 보면 가계부채 누증과 자산가격 상승 등 금융불균형 확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성장세가 종전 전망치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통화정책 기조의 전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만 아직은 실물경제 활동이 잠재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궤도로 복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현재로서는 정책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에 대응한 경제주체의 행태변화가 지속될 경우 경제구조 전반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생산측면을 보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GVC)의 취약성이 드러남에 따라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국내 생산을 늘리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생산과정에서 자동화와 무인화가 확대되는 한편 방역차원에서 도입된 재택근무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소비부문에서는 비대면·디지털방식의 소비와 유통구조의 확대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에도 온라인쇼핑과 배달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이와 관련한 플랫폼 기업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반면, 대면서비스 소비는 이전보다 비중이 줄어들면서 오프라인 기업의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분배측면에서는 부문간·계층간 불평등 개선이 단기간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취약부문의 상흔효과(scarring effect)가 팬데믹 이후에도 소득 불평등의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기술 변화에 대한 개인의 적응과 교육 기회의 격차도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코로나19는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단기간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혁신의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 팬데믹 이후 미국 전자상거래는 불과 8주 만에 이전 5년간 성장을 달성했으며, 코로나19 발생 1년도 안걸려 백신이 개발됐다. 그는 "변화된 경제구조의 궁극적인 모습은 현재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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