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지난해 가계 '불황형 흑자'···보복소비 기대 '꿈틀'
코로나에 지난해 가계 '불황형 흑자'···보복소비 기대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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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경기가 전반적으로 크게 침체됐지만 오히려 가계의 흑자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가계 살림살이가 크게 줄면서 나타난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고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경우 비축된 흑자가 폭발적 '보복 소비'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22일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가구(2인 이상)의 흑자율은 △1분기 32.9% △2분기 32.3 △3분기 30.9% △4분기 30.4%로 모두 30%를 넘었다.

통상 가계동향은 전년 동기와 비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에 매 분기 사상 최고 흑자율을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3년 이후 작성된 가계동향 조사에서 가계가 30% 이상 흑자율을 기록한 건 단 5차례 뿐이다. 2016년 4분기 30.3% 한차례를 제외하면 모두 지난해에 발생했다.

흑자율은 가계가 벌어들인 돈에서 소비와 지출을 하고 남은돈의 비율을 의미한다. 소득에서 조세와 연금,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금액이 처분가능소득인데 여기서 다시 일상적인 의식주 지출 등을 제하고 나면 흑자액이 된다. 

즉 흑자율은 처분가능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해 가계의 흑자가 늘었던 것은 소득이 더 늘었다기보다는 안 써서 혹은 못 써서 발생한 결과, 즉 불황형 흑자의 결과란 설명이다.

가계 소득 감소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경우, 기계적인 지출 감소와 미래 소득의 불안정성을 대비한 예비적 저축 수요가 더해지면서 가계 지출은 더 크게 위축된다. 

최고 흑자율을 기록한 지난해 1분기의 경우 이같은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3.7% 늘었지만 가계지출은 394만5000원으로 4.9%나 줄었다. 가구당 평균 소득은 지난해 2분기에는 4.8%, 3분기에는 1.6%, 4분기에는 1.8% 증가했다. 가계지출은 2분기에 1.4% 늘어난 것을 제외하곤 3분기에 2.2%, 4분기에도 0.1%씩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는 과거 경제 위기에 비해 평균 가계의 소득이 늘어난 부분도 다르다. 정부가 지급한 보편·선별적 재난지원금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의 평균 소득은 어떻게든 늘었는데 지출이 크게 줄며 흑자율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이같은 위기 때 비축된 흑자는 위기에서 탈출 후 폭발적인 소비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가계의 소비성향 추이는 향후 경기 상황에 달렸다. 불황이 지속될 경우 미래 소득 감소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히려 지출은 더욱 위축될 수도 있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는 최근 '과거 경제위기와 코로나19 확산기의 소비지출 패턴 비교' 보고서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가계에선 소득 감소보다 소비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교수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증가한 유동성과 이로 인한 자산시장 과열 속에서 움츠러든 소비와 저축이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에 따라 경제 움직임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소비지출의 진폭이 커지고 경기 변동도 급격해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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